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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이혼 [단독]비대면 진료 한 번에 221만원···섬마을 ‘51억 키오스크’는 비닐도 안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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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8-07 03:16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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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이혼 “우예 쓰는지는 우리도 모리고, 지난주엔가 회관에 설치하고 갔다. 저기 벌써 두 번째다. 할매들 안 쓴다 캐도 공짜라고 주고 가삐는데 우얄끼고.”
지난달 23일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 마을 반장 김창남씨가 회관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기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커다란 모니터와 카메라가 달린 전형적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영어로 ‘떼어내세요’(Remove me)라고 적힌 비닐 포장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전원 플러그조차 꽂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안 쓴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플러그를 꽂고 전원을 켜자 ‘비대면 진료 섬닥터’라는 화면이 나타났다. 그 아래로 뜨는 ‘해양수산부’ 로고가 이 기기를 “설치하고 갔다”는 것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했다.
김씨가 “벌써 두 번째”라고 했던 이유는 바로 옆에 있었다. 새로 설치한 키오스크 옆 바닥에는 전선이 감긴 채 굴러다니는 모니터, 스마트폰 공기계가 있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이 한마디 거들었다. “회관도 좁은데 높은 분들한테 말해서 저거 좀 고마 가가라 하소.”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도 마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해수부가 올해 정부 사업으로 본격화한 ‘어복버스 비대면 섬닥터’ 단말기다. 2024~2025년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고정형 키오스크 방식으로 전환했다. 섬 주민이 키오스크 화면으로 육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약은 택배로 섬까지 배송받는 방식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섬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7점이었다. 이에 정부는 전국 240여개 섬에 이 장비를 설치한다는 목표로 올해 사업 예산만 51억2700만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정작 이날 노도에서 만난 주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써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용법을 아는 사람 역시 없었다.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섬마을에서 키오스크는 안 그래도 좁은 회관을 차지하고 앉은 쇳덩이였다.
2024년 2억8000만원, 지난해 3억5000만원이던 섬닥터 사업비는 올해 51억2700만원이 됐다. 민간기금을 활용해 시작했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며 국비가 투입됐다. 올해 기준 국비 28억7700만원에 지방비와 수협재단 부담이 각각 11억2500만원씩이다.
문제는 수십억원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해수부의 ‘어복버스 비대면 섬닥터 운영 현황’을 보면, 섬닥터는 사업 첫해인 2024년 121개 섬에 설치돼 진료 1771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정작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을 입증할 핵심 지표인 ‘회원 등록 건수’ ‘처방 발행 건수’ ‘실제 약 배송 건수’는 모두 ‘자료 부존재’ 상태다. 자료가 있는 2025년 실적은 더욱 의문을 만든다. 회원등록 2315건, 진료 2315건, 처방 발행과 실제 약 배송이 각각 2151건이었다. 그런데 설치된 섬이 200곳이다. 단순 환산하면 한 곳당 연 진료 11.6건, 월 1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기준 설치된 키오스크는 154개소, 진료는 72건이다. 새 장비 설치가 지난 6월 말 시작됐기 때문에 해당 수치만으로 올해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진료 건수가 설치 개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건 최소 82개 섬에서는 진료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통상 설치 당일 사용법을 알려주며 시범 진료를 해보는 것을 고려하면, 그마저 이뤄지지 않은 섬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노도 마을이 바로 그 사례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8월 말까지 200개소 설치를 끝내야 하는 일정이라 설치와 교육을 함께 하지 못한 곳이 있다”며 “노도를 포함해 추후 방문해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는 정부가 구매한 것도 아닌 민간기업에서 빌린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구매를 하면 장비 관리와 시스템 업데이트가 어려워 관리 차원에서 대여로 했다”며 “매년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특정 기기를 구매하면 호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업을 계속하는 한 장비 임차와 관리 비용도 되풀이되는 구조다. 그 비용이 매해 9억7700만원이다.
섬닥터의 올해 총사업비 51억2700만원을 지난해 연간 진료 실적(2315건)으로 환산하면, 진료 한 번에 221만원의 세금을 쓰는 구조다. 차라리 그 돈으로 의사가 직접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그런 배가 있다. 경남·전남광주·충남·인천 등 4개 시·도가 운영하는 병원선 5척이다. 의사와 진료실, 약을 지을 조제 공간까지 싣고 매달 같은 섬을 돈다. 지난해 병원선 5척의 진료실적은 지자체가 ‘실인원’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3만8853건이었다. 섬닥터 진료 2315건의 16.8배다. 병원선 경남511호의 지난해 운영예산은 5억8100만원이다. 키오스크를 빌리는 데 쓰는 9억7700만원의 60% 수준이다. 병원선 5척 운영예산을 모두 합쳐도 45억8551만원으로, 올해 섬닥터 사업비 보다 5억4149만원 적다.
게다가 이 배는 섬닥터가 보급되는 바로 그 섬에 이미 들어가고 있다. 두 사업이 같은 섬에서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해수부는 섬닥터 보급 대상 선정 기준을 “연도교로 연결이 안 돼 있는 섬 중에서, 공중보건의가 없는 섬”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선이 순회 대상을 정하는 기준도 같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섬닥터 대상 44개 섬 가운데 32곳에 병원선이 매달 들어간다.
진료 내용도 상당 부분 겹친다. 해수부가 꼽은 섬닥터의 주요 진료는 근골격계 질환과 고혈압·고지혈증이다. 병원선이 매달 혈압을 재고 약을 조정하는 바로 그 질환이다. 지난해 경남511호가 처방한 14만7382일분의 약 가운데 30.1%가 고혈압·당뇨 약이었다.
같은 섬, 같은 주민, 같은 병. 그런데도 정부는 섬닥터와 병원선의 관계를 ‘보완’이라고 설명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들어가는 병원선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 서로 보완하는 형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완이 성립하려면 최소 세 가지가 필요하다. 병원선이 언제 들어가고 언제 결항하는지 알고, 그 공백을 메우고 있어야 한다. 또 주민이 그사이 어떤 진료를 받고 무슨 약을 받았는지 다음 달 방문 때 볼 수도 있어야 한다. 화면으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병원선 대면진료로 넘길 경로도 있어야 한다. 현재 이 중 가능한 것은 없다.
해수부는 섬닥터 사업은 비대면 진료 제도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협의한 것은 맞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사업을) 하게 해준다”며 “해수부가 추진하는 것이라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 요구는 정부가 택한 방향과 달랐다. 병원선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새 장비를 더 놓기보다 이미 매달 섬을 찾는 병원선을 최대한 활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기상악화나 선박 고장으로 예정된 순회진료가 무산된 날만이라도, 기존 환자에 한해 전화·화상 진료를 허용해달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경숙 경남도 병원선 담당 사무관은 “요즘도 주민들이 아프면 ‘약 좀 보내주면 안 되느냐’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의 섬 주민들은 화면 속 처음 보는 의사보다 매달 얼굴을 맞대는 병원선 의료진을 가깝게 여긴다.
그러나 병원선은 전화에 답할 수 없다. 병원선은 의료법상 의료기관도, 지역보건법이 열거한 지역보건의료기관도 아니다. 오는 12월24일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 비대면진료가 상시 제도가 되지만 그 진료를 할 수 있는 기관 목록에도 병원선은 빠져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를 주관하는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병원선의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PHIS) 이용을 법 개정 없이 행정 결정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허용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선은 의사가 섬으로 들어가 대면진료를 하는 수단”이라며 “섬 주민이 필요하면 육지 병원에 전화·화상으로 연결해 진료받고 약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섬마을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
섬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회원등록과 본인확인, 예약을 거쳐야 화면이 열리는 키오스크 앞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마을 대표가 도우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해수부도 장비를 설치할 때 이장·통장 등 마을 대표를 관리자로 지정해 사용법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역할에 주어지는 보상은 없다. 섬닥터를 설치하고 있는 해수부 관계자는 “돕는 것은 의무가 아니고, 봉사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화도 다르지 않다. 병원선 의료진이 매달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고령의 어르신이 어디가 아프고, 무슨 약을 원하는지 짚어내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표정과 걸음걸이를 보면서 되묻고, 지난달 기록과 맞춰봐야 겨우 나오는 답이다. 처음 통화하는 육지 의사가 목소리만 듣고 그 일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반면 병원선에는 그 일을 할 조건이 갖춰져 있다. 매달 같은 섬을 도는 사이 의료진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약을 먹는지, 지난달 혈압이 얼마였는지를 안다. 배 안에는 약을 짓는 조제 공간이 있어 처방한 약을 곧바로 지어 빠르게 섬으로 들여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병원선 활용 계획이 없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 병원선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그게 주무 부처가 다릅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등 6개 단체는 5일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년에 걸친 소송 끝에 휠체어 탑승 설비가 제공되지 않는 시외버스는 차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음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외버스는 0대”라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에 개인진정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자 차별임을 확인받고자 한다”고 했다.
개인진정은 국내에서 가능한 모든 구제 절차를 거쳤음에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을 때 유엔 CRPD에 직접 구제를 요청하는 구제 절차다. 한국 정부가 2022년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면서 가능해졌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버스운송사업자가 휠체어 탑승 설비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장애인이 버스를 탈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소송을 낸 장애인들의 주거지와 가족, 직장 소재지를 연결하는 7개 노선에서만 탑승 설비 도입이 단계적으로 인정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허종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비장애인 중 누구도 버스를 타기 전에 자신이 그 노선을 이용할 이유나 가족관계, 주거지까지 미리 증명하지 않는다”며 “오직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동할 권리가 아닌 시혜처럼 증명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밟은 만큼 진정인들과 함께 유엔 CRPD 문을 두드리겠다”고 했다.
진정인단 대리인을 맡은 한상원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판결로 인정된 7개 노선조차 2027년부터 도입돼 2035년에야 완료되는 실정”이라며 “당사자가 이사하거나 직장을 옮기면 12년의 소송 결과는 무용지물이 되고 처음부터 다시 소송을 시작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제 실효성 있는 법제 개선과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개인진정을 통해 유엔 CRPD의 권고가 나오더라도 법원 판결과 같은 수준의 강제력은 없다. 다만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에도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서 위법성과 과실을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된 5일 구세군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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