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현실]권력의 속성과 내부 분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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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8-04 01:45 조회1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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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개전 초 전황은 참혹했다. 음력 4월13일 부산포에 모습을 드러낸 왜군은 불과 두 달 뒤인 6월13일, 조선 국왕을 영변까지 도망치게 했다. 왜군을 피해 백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국왕의 모습을 보며 백성들은 국가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렸고, 궁궐은 백성들에 의해 불탔다. 영변까지 도망친 선조는 자기 안위와 국가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해서 선택된 방법이 분조(分朝)였다. 왕의 제1조정은 여차하면 중국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의주까지 도망칠 때, 세자(광해군)는 제2조정을 구성해서 조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어야 했다.
음력 6월14일, 형식적 눈물을 뒤로한 채 선조는 의주로, 세자는 강계로 방향을 잡았다. 제2조정에는 영의정 최흥원과 우의정 유홍을 비롯하여, 외교 부문을 제외한 핵심 관료들 대부분이 배종했다. 명(明)으로의 망명을 위해 제1조정 행렬을 간소화하는 동시에, 행정과 사법, 군사와 인사까지 관할해야 하는 제2조정의 권한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죽어도 천자의 나라에서 죽겠다고 우겼던 선조와 달리, 세자는 국가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왕명에 따른 안전한 강계 땅이 아니라, 적과 대적하며 명령을 하달하고 보고받기에 유리한 이천으로 이동했다. 지독한 폭우를 동반한 장마철, 영변에서 이천까지의 협로는 조선이 처한 상황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모든 신료는 비를 맞으며 걸었고, 한 나라의 차기 권력인 세자마저 말고삐 잡을 사람이 없어 스스로 말을 몰아야 했다.
이천에 도착한 제2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정의 역할을 수행했다. 국가 기능을 회복하고, 백성들에겐 조정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변에서 이천까지 한 달여간 목숨을 건 이동의 결과였다. 이제 상황을 정리하고, 반격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 의주 행재소로부터 황당한 전갈이 내려왔다. 제1조정에서 제2조정 관료들을 탄핵한 것이다. 강계로 가라 했던 왕명을 받들지 않고 이천까지 이동했다는 게 탄핵의 이유였다.
세자를 따랐던 신하들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국가 체계를 정비하고 반격의 기회를 만들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선조는 세자가 아닌 자신이 왕이라는 사실을 신하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시간을 사용했다. 죽을지 살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서야 왕좌보다 목숨이 중요했지만, 세자가 만든 그 잠깐의 여유는 다시 왕권과 왕좌를 떠올리게 했다. 전쟁 발발 이전처럼 상대를 견제하고,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리려 했다. 외적을 상대하기에도 모자란 에너지가 내부 총질에 사용되었던 것이다.(정탁, <피난행록>)
공동체나 국가가 무너질 정도의 내부 분열은 외부 충격이 극에 달했을 때 발생하지 않는 법이다. 단합해서 외부 충격에 대응하다가 잠시 한숨 돌리는 작은 틈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내부 총질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위기는 여전하고 심지어 더 큰 위험이 예견되어도, 숨 고를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내부를 견제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권력의 속성이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외침보다 더 많은 국망의 이유가 그 잠깐 사이에 발생한 내부 분열 때문이며, 그래서 이러한 내부 분열은 공동체와 국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온 힘을 다해 이를 막고, 정권교체까지 이루어냈다. 내란의 밤을 넘어, 이제 잠깐 숨고르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여전하고, 이 같은 위협을 항구적으로 막기 위한 단합된 에너지 역시 필요하다. 이 같은 잠깐의 시간을 비집고 다시 내부를 겨냥한 분열의 조짐들이 올라오고 있다. 제2조정 신하들만큼이나 현재 정국을 바라보는 눈이 불안한 이유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9일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초안에 없던 공소기각 판결 사유를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지우기용 위인설법”이라고 반발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형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표결에는 법사위원 총 18명 중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 12명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6명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개정안 가결 직후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경찰에게 보완수사요구를 통해 수사하고 범죄자를 처벌해나갈 수 있게 담았다”며 “훨씬 좋아진 형사소송법”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회의에서 “추후 보완할 점들이 나온다면 잘 보완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시행되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법무부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개정안을 보면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완전 폐지됐고, 수사권은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됐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 보완수사를 이행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판사의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중대한 위법 수사로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가 새로 포함됐다. 현행법에는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거나 검찰의 이중기소,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사유를 추가로 신설한 것이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취소하기 위한 공소기각 사유 확대라는 독소 조항을 끼워 넣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남용이 확인될 경우 공소를 기각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로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공소기각 (추가) 조항은 특검이 임의로 공소취소를 하게 한 조작기소 특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30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해제 동의안이 제출된 후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형소법 개정안은 31일쯤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력 6월14일, 형식적 눈물을 뒤로한 채 선조는 의주로, 세자는 강계로 방향을 잡았다. 제2조정에는 영의정 최흥원과 우의정 유홍을 비롯하여, 외교 부문을 제외한 핵심 관료들 대부분이 배종했다. 명(明)으로의 망명을 위해 제1조정 행렬을 간소화하는 동시에, 행정과 사법, 군사와 인사까지 관할해야 하는 제2조정의 권한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죽어도 천자의 나라에서 죽겠다고 우겼던 선조와 달리, 세자는 국가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왕명에 따른 안전한 강계 땅이 아니라, 적과 대적하며 명령을 하달하고 보고받기에 유리한 이천으로 이동했다. 지독한 폭우를 동반한 장마철, 영변에서 이천까지의 협로는 조선이 처한 상황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모든 신료는 비를 맞으며 걸었고, 한 나라의 차기 권력인 세자마저 말고삐 잡을 사람이 없어 스스로 말을 몰아야 했다.
이천에 도착한 제2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정의 역할을 수행했다. 국가 기능을 회복하고, 백성들에겐 조정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변에서 이천까지 한 달여간 목숨을 건 이동의 결과였다. 이제 상황을 정리하고, 반격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 의주 행재소로부터 황당한 전갈이 내려왔다. 제1조정에서 제2조정 관료들을 탄핵한 것이다. 강계로 가라 했던 왕명을 받들지 않고 이천까지 이동했다는 게 탄핵의 이유였다.
세자를 따랐던 신하들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국가 체계를 정비하고 반격의 기회를 만들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선조는 세자가 아닌 자신이 왕이라는 사실을 신하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시간을 사용했다. 죽을지 살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서야 왕좌보다 목숨이 중요했지만, 세자가 만든 그 잠깐의 여유는 다시 왕권과 왕좌를 떠올리게 했다. 전쟁 발발 이전처럼 상대를 견제하고,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리려 했다. 외적을 상대하기에도 모자란 에너지가 내부 총질에 사용되었던 것이다.(정탁, <피난행록>)
공동체나 국가가 무너질 정도의 내부 분열은 외부 충격이 극에 달했을 때 발생하지 않는 법이다. 단합해서 외부 충격에 대응하다가 잠시 한숨 돌리는 작은 틈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내부 총질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위기는 여전하고 심지어 더 큰 위험이 예견되어도, 숨 고를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내부를 견제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권력의 속성이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외침보다 더 많은 국망의 이유가 그 잠깐 사이에 발생한 내부 분열 때문이며, 그래서 이러한 내부 분열은 공동체와 국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온 힘을 다해 이를 막고, 정권교체까지 이루어냈다. 내란의 밤을 넘어, 이제 잠깐 숨고르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여전하고, 이 같은 위협을 항구적으로 막기 위한 단합된 에너지 역시 필요하다. 이 같은 잠깐의 시간을 비집고 다시 내부를 겨냥한 분열의 조짐들이 올라오고 있다. 제2조정 신하들만큼이나 현재 정국을 바라보는 눈이 불안한 이유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9일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초안에 없던 공소기각 판결 사유를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지우기용 위인설법”이라고 반발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형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표결에는 법사위원 총 18명 중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 12명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6명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개정안 가결 직후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경찰에게 보완수사요구를 통해 수사하고 범죄자를 처벌해나갈 수 있게 담았다”며 “훨씬 좋아진 형사소송법”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회의에서 “추후 보완할 점들이 나온다면 잘 보완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시행되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법무부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개정안을 보면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완전 폐지됐고, 수사권은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됐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 보완수사를 이행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판사의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중대한 위법 수사로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가 새로 포함됐다. 현행법에는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거나 검찰의 이중기소,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사유를 추가로 신설한 것이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취소하기 위한 공소기각 사유 확대라는 독소 조항을 끼워 넣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남용이 확인될 경우 공소를 기각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로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공소기각 (추가) 조항은 특검이 임의로 공소취소를 하게 한 조작기소 특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30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해제 동의안이 제출된 후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형소법 개정안은 31일쯤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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