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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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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8-01 04:52 조회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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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뉴스를 본다는 것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다.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렸던 자신에게 얼마간만이라도 편안함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데 그 며칠에도 전쟁과 살인은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휴가라고 전쟁이 멈출 리는 없지만…, 그래도 미국·이란 전쟁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휴전, 정전 중이 아니던가. 이쯤이면 정전이나 휴전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도 ‘내킬 때마다 때때로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지경이다.
며칠 전 이스라엘 불법정착민과 군인들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 관심이 미국·이란 전쟁에 가 있는 동안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전히 파괴·살상이 진행 중임을 깨닫게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작년 10월부터 휴전 중이지만 이후에도 공습과 살해가 이어진다. 휴전 때 유엔 조사위원회는 전쟁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아동이 2만명이 넘으며, 이스라엘이 아동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휴전 후에도 피격과 굶주림 등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죽었고 아이들에게 학교란 항상 임시로 열리는 것이 되었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현재와 함께 미래까지 파괴하고 있다.
뉴스 화면으로 본 가자지구 모습은 처참하다. 멀쩡한 건물을 찾기 어렵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병원, 학교, 수도시설 등 사회기반시설 90%가 파괴됐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바다나 목축지로 가는 걸 막고 인도적 구호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구호트럭도 통제한다. 소위 인위적 기근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수만 가구가 집을 잃었고, 모두가 물과 식량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 와중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계속 군인을 보내고, 드론 공격을 감행한다. 불법정착민들의 방화와 폭력을 방관하는 것도 모자라 며칠 전엔 수백 개의 정착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더 많은 집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더 많은 땅을 뺏겠단 것이다.
우리 시선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가 있는 사이에, 소위 휴전 중인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한 민족의 다른 민족에 대한 유례없는 장기간의 학살과 폭력을 인류가 지켜보고 있지만, 어느덧 이는 보고도 못 본 일이 되어버렸다. 세계화를 말한 지 수십 년 된 한국에서는 뉴스 한 귀퉁이도 차지하기 쉽지 않다. 오래된 전쟁이어서 ‘뉴스’가 아니어서일까? 석유 가격 및 그와 관련된 경제적 이해관계와 연관성이 덜하기 때문일까? 유대인들이 가진 정치·경제·언론에 대한 영향력이, 이 장기간의 끔찍한 파괴에 관한 이야기가 전파·환기되는 걸 가로막는 것인가? 유럽연합이든 어디든 이스라엘에 제대로 된 제재를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먼 곳의 폭력과 전쟁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동시대인을 향한 내 ‘도덕적 게으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내로든 국제적으로든, 좁게 보면 직장에서도 힘센 이들의 후안무치를 쉽게 포기·허용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짓밟힌 존재와 그에 대한 폭력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 것 아닌가 싶다. 수많은 피켓 중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Don’t forget us)’는 문구다. 주목받지 못한 존재와 목소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정도는 해야 하지 싶다. 기억해야 저항할 수 있는 법이니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도처에 존재하는, 잊지 말아달라는 외침을 기억하고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이 점점 더 의미 있게 여겨지는 이유다.
“저기 어르신도 아까 가져갔는데 또 받으려고 쳐다보고 계신 것 같은데….”
찜통더위가 이어진 지난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동 초안산생태공원 입구 앞 ‘봉달샘 냉장고’를 지키던 임동선씨가 한 어르신을 보며 말했다. 봉달샘 냉장고는 도봉구의 무료 생수 나눔 냉장고다. 도봉구 자율방재단 봉사자인 그는 냉장고를 찾은 시민들에게 “한 병씩만 가져가 달라”고 거듭 안내했다.
생수는 하루 네 차례, 한 번에 300병씩 채워진다. 냉장고 앞 입간판에는 “한 사람당 하루에 한 번씩만 이용이 가능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1인 1병’ 원칙은 관리자가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임씨는 “말로만 하루 한 번이지 일일이 제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난해에는 킥보드 끌고 와서 생수 한 묶음을 싣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를 비롯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폭염 대책의 하나로 무료 생수 나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일부 시민의 ‘얌체 행위’에 정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인증을 도입하는 등 운영 방식을 손질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무료 생수 나눔 사업은 2020년 서울 노원구에서 시작해 이젠 전국 단위 사업이 됐다. 노원구는 첫해 냉장고를 비치해 누구나 양심껏 생수를 가져가도록 했지만 무더기로 가져가는 ‘얌체족’이 늘자 이듬해부터 재난안전봉사단이 한 병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현재 도봉·관악·동대문·서초구 등도 사람이 직접 나눠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예산은 자치구별 사업 규모에 따라 2000만원대부터 억 단위까지 다양하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6곳에서 하루 세 차례 2시간씩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하루에 7200개를 채워 넣는데 배부 시간 안에 모두 동난다”고 전했다.
용산·중구 등은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대신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다. 버튼을 눌러 생수병이 나오면 10~15초가 지나야 생수병을 다시 뽑을 수 있도록 했다. ‘한 사람당 한 병씩’이라는 큼지막한 안내 문구를 붙여놨지만 여러 병을 뽑아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자판기를 도입한 성북구는 기기 상단에 폐쇄회로(CC)TV도 달았지만, ‘얌체족’을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무분별한 중복 이용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자치구도 늘고 있다. 강북구는 QR코드 인증 방식의 무료 생수 자판기를 시범 도입해 자율방재단원이 물을 나눠 주는 방식과 병행하고 있다. QR코드 인증은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다. 성동구도 자판기에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인증하는 방식으로 자판기를 운영 중이다. 한 사람이 오전과 오후에 한 병씩 받을 수 있다.
무료 생수 이용자 상당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인증 시스템 전면 도입은 쉽지 않다. 도봉구 관계자는 “고령층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사람에게 맡기는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생수병 대신 3곳에서 텀블러 등 다회용기에 식수를 채울 수 있는 ‘물 충전소’도 함께 운영 중이다.
‘얌체족’에 골머리를 썩어도 당장 무료 생수 나눔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운영상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구민의 수요와 예산, 사업 효과를 고려할 때 사업을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 울주군은 올해부터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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