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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검열관이 존재하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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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7-31 10:49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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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혐오 표현을 규제한다는 명목으로 대표발의한 음원 유통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법안 두 건을 지난 20일 철회했다. 발의 2주 만이다.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음반 사전심의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반발에 따른 것이었다.
문화예술계는 물론 온라인에서의 표현에까지 광범위한 ‘사전심의’와 ‘사후검열’이 이뤄지는 방식은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다만 밖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검열은 체계적인 논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지며, 무시무시하다기보다는 번거롭고 짜증스럽다는 감각을 낳는다. 입법 논의가 될 뻔했던 법안은 중국의 광범위한 검열과는 차이가 있다.
검열의 핵심은 검열관이다. 디지털 검열에서는 알고리즘을 짜는 이가 검열관이다. 검열관 입장에서 곤란한 점은 검열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검열에 인공지능(AI)를 활용한다고 해도 AI를 활용한 콘텐츠는 더 많이 생성된다. 검열관의 제한된 시간과 능력으로 전부 검열할 수 없다. 단적으로 중국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동성애 웹소설을 검열관들은 단속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선정성만으로 단속 대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중국에서도 논란거리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검열을 피해 성애 묘사를 “사회주의 핵심 가치에 따라 다음 장면은 생략한다”고 쓰기도 한다. 국가에 정면 도전하지는 못하지만 은밀하게 반감을 공유하는 법이 확산된다.
민감한 콘텐츠가 SNS에 노출돼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검열관의 책임도 된다. 이 때문에 검열관은 대체로 과로에 시달리며 광범위하게 알고리즘을 설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도시 이리에 여행 가서 ‘중국 최서단 도시에 왔다’는 벅찬 마음을 담아 찍은 국경 너머 카자흐스탄 풍경 사진은 SNS에 올리면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희화화한 사진은 평소에는 SNS에 공유할 수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던 기간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시민들이 국가가 하는 일이 비일관적이라고 느끼는 사례가 연일 쌓인다.
검열관 입장에서 검열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온라인상의 콘텐츠는 알고리즘을 설정해두고 ‘사전심의’는 대중예술 등 목표물이 분명한 것에 집중된다.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당국의 검토를 받아야 하며 ‘경찰이 나쁘게 묘사되어서는 안 된다’ ‘범인은 반드시 잡혀야 한다’는 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는 중국 관객들이 자국 영화에 등을 돌리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요건을 다 지켜 만든 사극 블록버스터 <펑후해전>의 개봉이 최근 연기됐다. 현 사회상을 청나라에 빗대 우회 비판하는 게시물이 급증한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
강력한 검열 제도를 운영하면 검열관은 항상 윗선의 눈치를 본다. 여론은 검열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문책의 두려움에 떠는 검열관의 존재가 시민의 자유를 옥죄고 부작용을 야기한다. 결정적 순간에 국가는 여론을 직면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한국의 가까운 과거이기도 했다. 현실은 혐오 표현 규제는 여론을 직시할 수 있으면서 시민의 참여가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를 알려준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 포상인 국민훈장모란장을 수훈했다. 모란장은 국민훈장 중 두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훈장전수식에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훈장을 전수했다. 소 목사는 지난 20년간 민간차원에서 대한민국과 유엔참전국 참전용사의 명에를 선양하고 국가보훈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2026년까지 20년간 순수 자부담으로 국내외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 7700여명을 초청해 보은행사를 이어왔다. 또 한국전쟁과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8편을 제작·방영했다. 소 목사는 수훈 소감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자유와 평화에 보답하고자 지난 20년간 기쁨으로 섬겨왔다”며 “나라사랑의 보훈문화가 미래세대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래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철민 배우의 냉장고가 열렸다. 셰프들이 냉장고 속 재료로 그만을 위한 요리를 선보이는 방송이었다. 그의 냉장고는 칸칸이 어머니의 흔적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버지 월급날 먹었던 연탄돼지불고기,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만으로 만들었던 카스텔라의 조리법까지 기억하는 그를 보며 모두가 놀랐다.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셨고, 그는 어머니의 손맛이 떠오르는 음식을 주문했다.
이윽고 전라도가 고향인 그의 앞에 얼큰한 조기매운탕이 놓였다.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만 보고도 어머니가 곁에 계신 듯하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그는 한 입 맛보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다시는 먹기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어린 시절 밥상의 맛이 돌아온 순간이었다. 방송을 보던 나도 그만 따라 울고 말았다.
맛과 냄새는 오래된 기억을 뜻밖의 순간에 불러온다. 이런 경험은 흔히 ‘프루스트 효과’라 불린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맛보다 유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장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마들렌이 있다. 가마솥 누룽지의 구수한 냄새, 장독에서 막 꺼낸 된장, 겨울 골목의 군고구마, 명절의 전 부치는 냄새 같은 것들이다. 심리학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맛과 냄새로 떠올린 기억은 사진이나 음악으로 떠올린 기억보다 더 생생하고 친숙하며, 대체로 긍정적인 감정과 함께 돌아온다.
나에게는 어린 시절 먹었던 아욱죽이 그렇다. 입맛을 잃은 날이면 엄마는 된장이 들어간 아욱죽을 끓여주셨다. 구수한 된장 냄새가 부엌에 퍼지면 마음이 먼저 풀렸다. 그 냄비에는 음식만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도 함께 들어 있었다. 지금도 지치는 날이면 그 죽이 생각난다. 누군가에게는 할머니의 호박죽이, 또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김치찌개가 그런 음식일 것이다. 저마다의 밥상 앞에는 저마다 그리운 얼굴이 앉아 있다.
이런 그리움, 곧 노스탤지어는 힘이 세다. 여러 심리학 연구는 따뜻한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사람과의 연결감을 되살리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며,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감각을 북돋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움이 외로움을 없애지는 못해도, 내가 한때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만은 일깨워준다.
누군가에게 나를 떠올리게 할 맛 하나를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누군가를 돌보고 가르치며 자신이 받은 것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마음을 중년기의 발달 과업인 ‘생산성’이라 불렀다. 그가 생산성과 연결해 설명한 덕목도 바로 ‘돌봄’이다. 흔히 유산이라고 하면 재산부터 떠올리지만, 거창한 유산을 남기라는 것이 아니다. 아플 때 끓여준 죽 한 그릇, 추운 날 차려준 따뜻한 밥상, 가족만 알아보는 짭조름한 찌개의 맛이면 충분하다. 박철민 배우의 어머니가 남긴 것도 그런 맛이었을 것이다. 치매가 기억을 흐리게 하더라도 아들이 그 맛을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 오래전 밥상은 다시 차려졌다.
박철민 배우에게 눈물의 조기매운탕이 있다면 나에게는 아욱죽이 있다. 오늘 저녁에는 서툰 솜씨로나마 그 죽을 끓여야겠다. 오래전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이번에는 내가 차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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