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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출신변호사 [시선]휴식 같은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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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7-28 08:45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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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출신변호사 올해 월드컵 16강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벨기에는 네 번째 골인 직후, ‘트럼프 댄스’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미국 선수 발로건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1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검토 요청 후, 1년 유예로 번복되자 나온 세리머니였다. 벨기에 팀 소셜미디어 계정은 경기 뒤 “이것도 뒤집어보라”(overturn this)는 글로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는데, 이것은 세계를 향해 공정성을 압박해온 권력자의 위선을 풍자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권력자의 위선을 온몸으로 비판하고 개혁해온 역사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러한 전통 문학과 예술은 물론 최근의 대중문화에서까지 그 흐름이 잦아든 적은 없다. 특히 기득권에 대한 풍자는 민중으로부터 발전돼온 문화적 자산으로, 이 자산은 동료 시민을 조롱하며 얻는 ‘저급한 재미’가 아니라, 권력자의 위선을 폭로하는 ‘정의 실현’에 쓰여야 마땅하다. 그렇기에 조롱이 아니라 정의 실현에 대한 제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최근 드러난 서울 소재 고교 야구부원들의 반역사적 인식과 이로 인한 ‘저급한 재미 추구’는 상대에 대한 한 번의 사과와 ‘비전문’ 강사가 진행한 전교생 대상의 ‘보여주기식’ 특강으로는 교정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의 문제적 인식이 단시간에 이뤄졌을 리 없고, 이번에 처음 발현됐을 리 없고, 그렇기에 피해자가 상대 선수들뿐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성했다는 ‘희망 섞인 추측’으로 출전정지 6개월에서 1개월로의 징계 감경은, 여론의 과도한 관심 탓에 용서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피해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부당함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1개월 출전정지 조치가 피해자 아닌 가해자에 대한 온정주의를 선택한 한국 사회의 ‘저렴한’ 문제해결 수준을 드러낸 것은 물론이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 합격생들이 비공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종차별, 성폭력, 홀로코스트 등을 조롱하며 소통했음이 알려지자, 하버드대는 조사 직후 최소 10명의 입학을 취소했다. 2019년 친구들과 주고받은 인종차별적 메시지로 한 학생은 입학 취소되었고, 이후 하버드대는 학생의 정직성, 성숙함,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합격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세계 최고의 명문 교육기관은 타자에 대한 조롱과 “표현의 자유”를 엄격히 구분하고 전자에 대해 냉정한 조치로써 한국 사회와는 다른 차원의 ‘경종’을 울려 깨닫게 한다. 이번 서울 소재 고교 야구부 학생들과 이들을 선별해 진학시킬 대학교, 그리고 이후의 프로팀은 세계 최고의 명문대가 내린 이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1개월 출전정지 조치라는 ‘징계인 듯, 징계 아닌, 휴식 같은 징계’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며 가해자를 향한 원칙 없는 온정주의를 고차원의 ‘도덕’으로 포장해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해온 한국 사회이기에 가능한 결정이다.
이로 인해 공감과 배려로 위로받았어야 했을 피해 학생들에 대한 온정은 발휘될 수 없었다. 이 뒤바뀐 공정 감각으로 가해 학생들 역시 성찰의 기회를 놓쳤다. 그러니 무엇을 위한 징계 조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개봉한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6년 대학 재학 때부터 알아사드 독재에 저항해온 감독 와드 알 카팁이 포화가 쏟아지는 시리아의 고도(古都) 알레포에서 딸 사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영화는 시작된다. 와드는 태어나서 본 게 전쟁밖에 없는 어린 사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런 곳에서 널 낳다니, 엄마를 용서해줄래”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사랑하는 딸의 미래를 위해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남아서 싸우겠다는 엄마의 다짐이기도 하다.
와드는 남편 함자와 함께 알레포에 병원을 세우고 전쟁으로 버려진 버스에 페인트칠을 하며 알레포에 남아야 할 분명한 이유를 딸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병원마저 정부군 폭격에 무너지자 와드 부부는 폐허가 된 알레포를 떠난다. 난민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와드의 마지막 말이 관객의 가슴을 친다. “사마, 자유의 알레포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러나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 싸움은 전부 널 위해서였다.” 알레포는 이 영화로 전 세계가 지키고 싶은 도시가 됐다. 삶을 준다면 어떤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모든 난민의 목소리를 영화는 대변한다.
팔레스타인 가자 출신 난민인 살레 알란티시도 ‘남고’ 싶었지만 ‘떠나야’ 했던 유학생이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참혹해진 고향을 떠나 2022년 12월 한국에 온 알란티시는 난민 신청(2023년 3월) 3년4개월 만인 지난 16일 국내 첫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지위를 얻게 된 것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어 기쁜 일”이라면서도 “기본권을 갖는 것이 축하받을 일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국경 밖으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포용은 시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까다로운 한국의 난민 제도는 이들에게 차가운 현실이다.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음에도 2.7%에 불과한 난민 인정률, 최대 7~8년 걸리는 심사 기간 등으로 악명이 높다.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삶 전체가 멈춰버린다고 살레는 말한다. 난민들도 꿈을 꾸고 사랑을 하는 평범한 이웃이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위해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 고단함을 견뎌낸 살레에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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