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좋아요 휴머노이드 로봇이 길거리에, 밀크티 배달은 드론이…중국 선전은 매일 ‘CES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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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7-19 14:46 조회5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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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좋아요 “와, 로봇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중국 광둥성 선전 도심의 국가인재공원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자 산책하던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키 173㎝에 무게 75㎏, 성인 남성만 한 몸집의 로봇은 중국의 로봇 업체 ‘엔진 AI’가 지난해 말 선보인 플래그십 모델 ‘T800’. 7월 중순 선전에서 열리는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 리그 ‘URKL’ 홍보를 위해 대표 로봇이 직접 나선 것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 주민들에게 로봇,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고, 공원에서는 인간 라이더 대신 무인기(드론)가 배달한 밀크티를 마신다.
최근 시 외곽 룽강구에 문을 연 중국 최초의 로봇 특화 거리 ‘로봇 블록’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인기를 끌며 로봇의 일상화를 앞당기고 있다. 단순 전시를 넘어 연구·개발부터 실증, 판매, 체험까지 로봇 산업의 전체 밸류 체인을 한데 모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방문한 로봇 블록에서는 부모와 나들이를 온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로봇 제품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곳에선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로봇을 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대 위 피아노를 치는 것도, 거리를 청소하는 것도, 축구를 하는 것도 모두 로봇이었다. 로봇이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고 실증 데이터를 쌓는 것이다.
AI 기술 기반 장난감이나 스마트 안경 등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서 볼 법한 제품도 마치 편의점 가듯 쉽게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한 전시장에 진열된 중국 업체 ‘로키드’의 스마트 안경은 실제 올해 초 CES에서 선보여 관심을 모은 제품이기도 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AI 기술로 건강 상태를 진단해주는 기기 역시 올해 CES에서 공개된 캐나다 업체의 제품과 유사했다.
‘IT 1번지’ 선전의 힘은 화창베이에서도 확인됐다. 푸톈구에 위치한 화창베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판 용산전자상가’다. 20여개 전자 전문 상가 건물에 11만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찬 이곳에는 하루 평균 유동 인구만 100만명에 달한다.
1980년대 후반 전자 부품 업체가 하나둘 모이며 시작된 이곳은 이제 최신 IT 완제품이 가장 먼저 선을 보이는 테스트 베드로 자리매김했다. 선전의 스타트업들은 자사의 실험적인 신제품을 화창베이에 내놓고,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수정과 보완을 거친다.
지난달 24일 오후 찾은 화창베이에는 말 그대로 없는 게 없었다. AI 기능이 접목된 스마트 안경부터 반지, 장난감 등 제품이 한 평 남짓한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품의 다양성만큼이나 혀를 내두르게 한 것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화창베이 내 최대규모 상가인 화창전자세계의 한 매장에서는 이어폰 모양의 AI 동시통역기는 190위안, 한국 돈 4만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화창전자세계 관계자는 “매주 1000가지가 넘는 신제품이 출시되고, 제품 하나가 나오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며 “화창베이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과 부품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0년대 전성기 동대문 의류상가의 활기가 떠올랐다.
AI 기술에 대한 친숙함이 큰 만큼 경계심은 적은 듯했다. 한국에서라면 논란이 일 법한 기술이 별다른 저항 없이 상용화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린아이도 출입 가능한 전시관에 성인 여성의 모습을 피부까지 구현한 ‘반려 로봇’이 깜찍한 판다 모양의 아동용 AI 장난감 맞은편에 진열돼있었다.
로봇 블록의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AI로 학생 생활과 성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AI 스마트 교실’ 홍보가 한창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적용된 학교에서는 관리자가 카메라를 통해 교실 내부와 복도는 물론 담벼락 같은 구석진 곳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아픈 학생을 빠르게 파악하거나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AI가 학생 개개인 및 학급별 학습 상황과 성적을 관리하고 이를 보호자에게 메시지로 전송하는 기능도 눈에 띄었다. 사생활 침해로 인한 불만이 제기되지 않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답했다.
“선전의 한 고등학교가 이 시스템을 1년간 도입했는데 그해 가오카오(중국판 수능) 성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성적을 올리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좋아하죠.”
“서울에서 딱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결국 이만큼 사버렸다.” 최근 SNS에는 한국 여행 중 구매한 화장품을 숙소 침대 위에 가득 펼쳐놓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여분으로 챙겨온 ‘전용 여행가방’에 한국 화장품을 가득 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 화장품을 향한 ‘애정’은 국가 통계로도 확인된다. 5월 국내 승용차 판매가 부진하고, 반도체 생산 등이 소폭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비내구재(사용기간이 짧은 제품)인 화장품은 소비지수를 끌어올렸다. ‘내수활성화’의 지표 중 하나인 소매판매액이 ‘반짝’ 증가했는데 이를 끌어올린 주체가 화장품을 대거 사들인 외국인 관광객이었던 셈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로 서비스업이 나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소비지수를 끌어올린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내수 활성화의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설비투자는 0.1% 감소한 반면, 소비는 0.1% 소폭 증가했다.
특히 소비 중 화장품 소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소비 지수인 ‘화장품 소매판매액 계절조정지수’는 5월 기준 95.8을 기록했다. 1년전보다 15.3%나 급증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6.8% 상승한 수치다.
올해 1월 93.4(전년 동월 대비 6.9%), 2월 87.2(-2.4%), 3월 91.1(5.0%), 4월 89.7(4.2%) 등으로 올초부터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처는 이 같은 화장품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화장품 판매점의 할인 행사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지목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외국인 관광이 증가하면서 면세점뿐만 아니라 전문 판매점에서도 화장품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과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영향으로 지난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다.
한국으로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소비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외국인 관광객의 5월 카드 소비액은 2조1222억원으로, 2018년 관련 집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판매 채널도 다변화화하고 있다. 같은 통계에서 전체 업종 중 약국(206%) 소비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약국이 기초화장품 판매를 늘리면서 K뷰티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여파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화장품 구매 시 주로 방문하는 백화점(89.2%)과 면세점(87.6%)에서의 카드 소비도 일제히 늘었다.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은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의 지난 1~5월 외국인 오프라인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외국인이 한국산 화장품을 선호하는 요인으로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미디어의 파급력 등이 꼽힌다.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진 시점과 맞물려 외국인 관광객들은 ‘가성비 쇼핑’을 하는 이점도 누리고 있다.
소매판매 지수는 외국인 구매력으로 뒷받침됐지만 국내 내수 경기는 부진한 상태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 들어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국내 출하 물량을 뜻하는 내수 출하지수와 광공업 생산지수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내구재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했다. 내구재 중에서도 승용차, 통신기기, 컴퓨터 등 고가 제품의 소비가 줄었다. 이는 생활필수제품이 포함된 비내구재(2.1%)나 의류 등 준내구재(7.7%) 소매판매액 지수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소모성 제품은 잘 팔리고 있지만, 단가가 높은 자산성 제품에는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5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0.7포인트 오르는 등 일부 경기 지표는 5월 들어 반등했으나, 반도체 등 특정 수출 산업 경기만 개선되고 내수 소비는 침체되는 ‘K자형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경기 지표 개선을 전망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정경제부는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 상황이 점차 안정화하고 소비심리가 2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수출·자본재 수입과 건설수주 등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산업활동 주요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고용 둔화에 따른 민생 어려움이 이어지는 만큼 민생 부담 경감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외국인의 소비는 수출과 가까운 성격으로 경기가 회복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내수 활성화는 다수가 소비하며 이뤄지는데 최근 소득,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돼 국민 소득과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중국 광둥성 선전 도심의 국가인재공원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자 산책하던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키 173㎝에 무게 75㎏, 성인 남성만 한 몸집의 로봇은 중국의 로봇 업체 ‘엔진 AI’가 지난해 말 선보인 플래그십 모델 ‘T800’. 7월 중순 선전에서 열리는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 리그 ‘URKL’ 홍보를 위해 대표 로봇이 직접 나선 것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 주민들에게 로봇,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고, 공원에서는 인간 라이더 대신 무인기(드론)가 배달한 밀크티를 마신다.
최근 시 외곽 룽강구에 문을 연 중국 최초의 로봇 특화 거리 ‘로봇 블록’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인기를 끌며 로봇의 일상화를 앞당기고 있다. 단순 전시를 넘어 연구·개발부터 실증, 판매, 체험까지 로봇 산업의 전체 밸류 체인을 한데 모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방문한 로봇 블록에서는 부모와 나들이를 온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로봇 제품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곳에선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로봇을 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대 위 피아노를 치는 것도, 거리를 청소하는 것도, 축구를 하는 것도 모두 로봇이었다. 로봇이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고 실증 데이터를 쌓는 것이다.
AI 기술 기반 장난감이나 스마트 안경 등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서 볼 법한 제품도 마치 편의점 가듯 쉽게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한 전시장에 진열된 중국 업체 ‘로키드’의 스마트 안경은 실제 올해 초 CES에서 선보여 관심을 모은 제품이기도 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AI 기술로 건강 상태를 진단해주는 기기 역시 올해 CES에서 공개된 캐나다 업체의 제품과 유사했다.
‘IT 1번지’ 선전의 힘은 화창베이에서도 확인됐다. 푸톈구에 위치한 화창베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판 용산전자상가’다. 20여개 전자 전문 상가 건물에 11만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찬 이곳에는 하루 평균 유동 인구만 100만명에 달한다.
1980년대 후반 전자 부품 업체가 하나둘 모이며 시작된 이곳은 이제 최신 IT 완제품이 가장 먼저 선을 보이는 테스트 베드로 자리매김했다. 선전의 스타트업들은 자사의 실험적인 신제품을 화창베이에 내놓고,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수정과 보완을 거친다.
지난달 24일 오후 찾은 화창베이에는 말 그대로 없는 게 없었다. AI 기능이 접목된 스마트 안경부터 반지, 장난감 등 제품이 한 평 남짓한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품의 다양성만큼이나 혀를 내두르게 한 것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화창베이 내 최대규모 상가인 화창전자세계의 한 매장에서는 이어폰 모양의 AI 동시통역기는 190위안, 한국 돈 4만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화창전자세계 관계자는 “매주 1000가지가 넘는 신제품이 출시되고, 제품 하나가 나오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며 “화창베이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과 부품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0년대 전성기 동대문 의류상가의 활기가 떠올랐다.
AI 기술에 대한 친숙함이 큰 만큼 경계심은 적은 듯했다. 한국에서라면 논란이 일 법한 기술이 별다른 저항 없이 상용화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린아이도 출입 가능한 전시관에 성인 여성의 모습을 피부까지 구현한 ‘반려 로봇’이 깜찍한 판다 모양의 아동용 AI 장난감 맞은편에 진열돼있었다.
로봇 블록의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AI로 학생 생활과 성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AI 스마트 교실’ 홍보가 한창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적용된 학교에서는 관리자가 카메라를 통해 교실 내부와 복도는 물론 담벼락 같은 구석진 곳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아픈 학생을 빠르게 파악하거나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AI가 학생 개개인 및 학급별 학습 상황과 성적을 관리하고 이를 보호자에게 메시지로 전송하는 기능도 눈에 띄었다. 사생활 침해로 인한 불만이 제기되지 않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답했다.
“선전의 한 고등학교가 이 시스템을 1년간 도입했는데 그해 가오카오(중국판 수능) 성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성적을 올리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좋아하죠.”
“서울에서 딱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결국 이만큼 사버렸다.” 최근 SNS에는 한국 여행 중 구매한 화장품을 숙소 침대 위에 가득 펼쳐놓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여분으로 챙겨온 ‘전용 여행가방’에 한국 화장품을 가득 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 화장품을 향한 ‘애정’은 국가 통계로도 확인된다. 5월 국내 승용차 판매가 부진하고, 반도체 생산 등이 소폭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비내구재(사용기간이 짧은 제품)인 화장품은 소비지수를 끌어올렸다. ‘내수활성화’의 지표 중 하나인 소매판매액이 ‘반짝’ 증가했는데 이를 끌어올린 주체가 화장품을 대거 사들인 외국인 관광객이었던 셈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로 서비스업이 나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소비지수를 끌어올린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내수 활성화의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설비투자는 0.1% 감소한 반면, 소비는 0.1% 소폭 증가했다.
특히 소비 중 화장품 소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소비 지수인 ‘화장품 소매판매액 계절조정지수’는 5월 기준 95.8을 기록했다. 1년전보다 15.3%나 급증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6.8% 상승한 수치다.
올해 1월 93.4(전년 동월 대비 6.9%), 2월 87.2(-2.4%), 3월 91.1(5.0%), 4월 89.7(4.2%) 등으로 올초부터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처는 이 같은 화장품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화장품 판매점의 할인 행사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지목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외국인 관광이 증가하면서 면세점뿐만 아니라 전문 판매점에서도 화장품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과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영향으로 지난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다.
한국으로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소비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외국인 관광객의 5월 카드 소비액은 2조1222억원으로, 2018년 관련 집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판매 채널도 다변화화하고 있다. 같은 통계에서 전체 업종 중 약국(206%) 소비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약국이 기초화장품 판매를 늘리면서 K뷰티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여파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화장품 구매 시 주로 방문하는 백화점(89.2%)과 면세점(87.6%)에서의 카드 소비도 일제히 늘었다.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은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의 지난 1~5월 외국인 오프라인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외국인이 한국산 화장품을 선호하는 요인으로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미디어의 파급력 등이 꼽힌다.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진 시점과 맞물려 외국인 관광객들은 ‘가성비 쇼핑’을 하는 이점도 누리고 있다.
소매판매 지수는 외국인 구매력으로 뒷받침됐지만 국내 내수 경기는 부진한 상태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 들어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국내 출하 물량을 뜻하는 내수 출하지수와 광공업 생산지수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내구재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했다. 내구재 중에서도 승용차, 통신기기, 컴퓨터 등 고가 제품의 소비가 줄었다. 이는 생활필수제품이 포함된 비내구재(2.1%)나 의류 등 준내구재(7.7%) 소매판매액 지수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소모성 제품은 잘 팔리고 있지만, 단가가 높은 자산성 제품에는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5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0.7포인트 오르는 등 일부 경기 지표는 5월 들어 반등했으나, 반도체 등 특정 수출 산업 경기만 개선되고 내수 소비는 침체되는 ‘K자형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경기 지표 개선을 전망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정경제부는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 상황이 점차 안정화하고 소비심리가 2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수출·자본재 수입과 건설수주 등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산업활동 주요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고용 둔화에 따른 민생 어려움이 이어지는 만큼 민생 부담 경감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외국인의 소비는 수출과 가까운 성격으로 경기가 회복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내수 활성화는 다수가 소비하며 이뤄지는데 최근 소득,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돼 국민 소득과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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