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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별잇기 예술여행]강세황의 눈으로 안산을 여행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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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8-18 14:27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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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과 단원미술제 선정 작가들을 함께 보여주는 ‘단원의 정원에서’를 보러 왔다. 이재삼, 김선형, 유근택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단원’이라는 오래된 이름이 어떻게 오늘의 미술로 이어지는지 보여주었다. 주옥같다는 조금 낡은 표현을 기꺼이 꺼내 쓰고 싶을 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김홍도를 만나러 왔다가 먼저 동시대의 김홍도들을 만난 셈이다.
다른 전시장 ‘김홍도 오감화’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표암 강세황이었다. 김홍도는 어릴 때 안산에서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웠다. 시서화에 능하고 새로운 문물과 화법에 열려 있던 그는 어린 김홍도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이자 후원자였다. 그 순간 김홍도보다 안산이 궁금해졌다. 대체 18세기 안산에는 무엇이 있었기에 김홍도 같은 예술가가 자랄 수 있었을까.
당시 안산에는 성호 이익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는 지식인들과 강세황 같은 문인화가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위대한 예술가 한 사람이 이곳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르치고 세상과 연결해준 사람이 같은 동네에 있었다. 예술가는 혼자 태어나지 않는다.
그 생각을 하자 안산에 있는 또 다른 예술의 거점 경기도미술관에 가야만 할 이유가 생겼다. 하나는 18세기 안산이 어떻게 예술가를 길러냈는가를 보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21세기 경기도가 어떻게 새로운 예술가를 길러내는가를 보는 곳이었으니까.
마침 경기도미술관에서는 개관 20주년 청년작가전 ‘우리의 여름에게’가 열리고 있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작가 26팀의 전시다. 나는 조금 엉뚱한 놀이를 시작했다. 강세황이라면 누구 앞에서 멈췄을까. 250여년 전 어린 김홍도를 바라보았던 그의 눈을 빌려 미래가 궁금한 세 작가를 골랐다.
첫 번째는 권은비였다. 버려진 피아노와 베틀, 폐허에서 가져온 돌과 시멘트 조각, 그을린 나무와 폐기계 부품을 엮은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피아노는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베틀은 옷감을 짜지 않는다. 대신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기억을 직조한다. 강세황이라면 이렇게 평하지 않았을까. 형상을 그리지 않았으되 그 안에 사람이 있고, 소리를 연주하지 않았으되 그 안에 슬픔의 소리가 있다.
두 번째는 이해반이었다. 산과 물, 구름과 파도, 식물과 빛을 닮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풍경. 직사각형 캔버스를 벗어나 가장자리까지 산세처럼 꿈틀거렸다. 산은 산을 닮지 않고 물은 물을 닮지 않았으나 그 기운은 산수 사이에 있다. 강세황의 화평을 멋대로 상상해보았다.
세 번째는 송승준이었다. 온갖 기이한 물건을 수집했던 옛 ‘호기심의 방’을 뒤집어 ‘호기심이 사라진 방’을 만들었다. 물건은 가득한데 그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눈은 어디로 갔을까. 새로운 화법과 문물에 열려 있던 강세황이라면 ‘만물이 눈앞에 있어도 궁금히 여기지 않으면 보지 못한 것과 같으니, 먼저 보는 마음을 잃지 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들이 미래의 김홍도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김홍도가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는 결과를 알고 그의 어린 시절을 바라본다. 그러나 강세황에게는 그런 정답지가 없었다. 그들 가운데 미래의 단원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강세황이라고 정말 어린 김홍도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었을 리 없다. 다만 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 앞에서 멈춰 설 줄 알았다.
예술가를 길러내는 도시란 위대한 예술가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아직 위대하지 않은 예술가 앞에서 기꺼이 멈춰 서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가 아닐까.
“김구 선생이 빨갱이라고?” 광복절을 앞두고 서울우유의 기념 우유팩을 둘러싼 황당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우유가 지난 6월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백범 김구의 얼굴과 ‘나의 소원, 평화의 문화’라는 문구를 제품에 담자, 일부 누리꾼이 김구를 ‘빨갱이’라고 부르며 서울우유 불매를 주장한 것이다.
해당 제품은 서울우유가 서울북부보훈지청과 함께 제작한 것으로,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와 김구의 초상이 담겼다. 그러나 한 스레드 이용자는 우유팩 사진과 함께 “오늘부터 서울우유 1인 불매 들어간다”고 게시했다. 이후 다른 글에서는 김구를 ‘빨갱이’라고 표현하며 불매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해방 이후에도 민족주의 노선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김구를 ‘빨갱이’로 규정하는 등 역사적 사실과 다른 주장이 확산되자 대다수 누리꾼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라고 부르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과 함께 서울우유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런데 독립운동가를 향한 황당한 주장과 폄훼가 온라인에서 벌어진 것은 이번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독립운동가를 향한 욕설과 역사적 사실과 다른 글, 업적을 멋대로 순위화하는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많은 누리꾼이 제보를 해 줬다”며 “확인해 보니 너무나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가 확인한 게시물들에는 독립운동가를 욕설로 비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퍼뜨리고,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순위로 나눠 서로 비교·폄훼하는 글들이 포함돼 있었다.
단순히 역사를 잘 몰라서 잘못된 정보를 올린 경우와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거나 독립운동가를 조롱하는 행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 둘이 뒤섞이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자극적인 표현이 더해지고, 이를 본 다른 이용자가 다시 공유하면서 사실처럼 퍼지는 식이다.
특히 독립운동가를 ‘좌파냐 우파냐’, ‘공산주의자냐 아니냐’ 같은 오늘날의 정치적 잣대로 단순 재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독립운동이 이뤄졌던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과 독립운동 세력 내부의 복잡한 노선 차이는 사라지고, 특정 인물을 단 한마디의 정치적 낙인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김구를 ‘빨갱이’라고 부르며 우유 불매를 주장한 이번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런 콘텐츠가 정보가 아니라 오락거리처럼 소비된다는 점이다. 스레드에서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짧고 자극적인 게시물이 빠르게 공유되고, 다른 SNS에서는 독립운동가의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해 조롱하는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다 분노와 조롱을 유발하는 표현이 먼저 주목받는 온라인 환경이 역사 왜곡을 더욱 쉽게 퍼뜨리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이런 잘못된 글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스레드는 텍스트 콘텐츠가 중심이기에 독립운동가를 글로, 틱톡에서는 영상과 사진으로 조롱하고 있는데 이제는 멈춰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봤다. 서 교수는 “누리꾼들은 이런 악성 콘텐츠를 발견하게 되면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게시물 노출이 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스레드 측에서도 이런 게시물이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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