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최음제구입 참전용사가 재현한 라마디의 그날…전쟁은 비디오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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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8-21 16:58 조회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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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최음제구입 2006년 이라크 라마디, 미국 해군 네이비씰 알파원 소대는 도심의 한 주택을 점거한다. 구태의연한 등장인물 소개는 없다. 건물에 뚫은 구멍으로 저격용 총을 겨눈 채 이라크 시민들을 감시하는 엘리엇(코스모 자비스)과 동료 군인들의 대화는 무료해 보이기까지 한다. “방금 지나간 남자, 감시 명단에 올릴까?” 묻거나 무전으로 상황을 보고하는 것도 순조롭다. 대기 중인 이들은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엘리엇이 바깥을 내다보던 구멍 사이로 투척된 수류탄이 터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사방에서 포위당했다는 걸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인근 작전조에 도움을 청하는 부대원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그 손은 공포로 떨리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영화는 긴박한 군인들의 동선을 롱테이크로 담으며, 극적인 연출을 최소화한다.
<워페어>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를 연출한 알렉스 가랜드가 실제 이라크전 참전 용사인 레이 멘도사와 공동 연출·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영화는 사실적일 수밖에 없다. 극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진다. 그날 라마디에 있었던 멘도사와 전우들이 기억하는 그대로를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쟁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작전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배경음악은 젊은 대원들이 에로틱하게 찍힌 에어로빅 비디오를 보며 환호하는 첫 장면에만 등장한다. 그 이후 소리를 채우는 건 대화와 무전, 가쁜 숨소리와 총기가 달그락대는 소리다. 심하게 다친 이가 저 자신을 어찌하지 못해 지르는 비명은 듣는 사람까지 고통스럽게 한다.
멘도사는 “전쟁을 일으키는 결정권자들에게, 그 참혹한 부름에 응답하는 건 주로 미국의 청춘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전했다. 배우를 섭외할 때도 “보통 영화 속 전쟁이 당대 가장 잘나가는 50대 중년 배우를 통해 묘사되는 것과 달리 20대와 30대의 젊은 청년을 원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멘도사 역의 디파라오 운아타이, 웨인 역의 찰스 멜튼, 샘 역의 조셉 퀸 등이 출연한다. 단독 주연은 없다. 롱테이크 촬영에서 이들은 연극을 하듯, 실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던져진 듯 연기한다.
미군이 들여다보는 구형 모니터에 이라크군은 점으로 표시된다. 비디오게임 같기도 한 화면이지만, 영화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교전 중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표현 뒤 참혹한 현장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미디어 아티스트 김감구씨는 올해 초 5년 만에 ‘예술활동증명’을 갱신하면서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개인전과 기획전 등 그동안의 활동 실적을 제출했지만 증빙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된 것이다. 김 작가가 지난해 1월 인사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진행한 전시는 전시장이 정식 예술 공간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고, 결국 공공기관에서 진행한 전시 실적을 다시 제출한 뒤에야 심사를 통과했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한 차례 증빙이 반려됐던 경험이 있는 김 작가는 “대안공간이나 길거리, 카페 등 관객과 가까운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는 현대미술가들이 많다”며 “‘화이트 큐브’(전통적인 갤러리)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예술 활동일수록 제도권 안전망에 포함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극 연출가 홍예원씨는 지난해 10월 예술활동증명 갱신을 하라는 안내에 따라 참여한 공연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했지만 지난 2월 서류가 반려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증빙자료에 공연의 러닝타임 또는 관람료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전에 증명을 받은 시기(2014년부터 2020년)에는 공연 포스터나 리플릿만으로도 증빙에 문제가 없었기에 혼란스러웠다.
홍 연출가는 “정확한 일자와 장소, 주최·주관이 명시된 공연 포스터를 제출했음에도 관람료와 러닝타임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완 요청이 이뤄졌다”며 “그 사이에 관련 규정이 바뀐 것인지, 어떤 근거로 반려된 것인지 문의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문화예술계의 화두로 떠오른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이 직업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제도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운영하며 예술활동준비금과 예술인 주택, 생활안정자금 융자, 심리·법률 상담 등 여러 복지사업의 자격 요건으로 활용된다.
예술활동증명은 생활고와 지병 속에서 숨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 사건을 계기로 예술인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도입됐다. 2011년 제정돼 이듬해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예술인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확인하고 각종 복지사업과 연결하는 기초 장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신청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4%가 미승인됐고 심사에 넉 달 이상 걸리는 등 현장의 불만 사례가 터져 나오며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국내 예술인 복지는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확대됐다. 예술인복지법이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처음 법률로 명시했고, 산재보험 지원과 창작준비금, 생활안정자금 등 여러 지원 사업이 도입되며 예술인의 생존과 창작활동을 사회 안전망 안에서 보호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2020년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은 예술인을 일회성 지원 대상에서 사회보험 가입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문화예술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노무를 제공한 예술인이라면 일정 자격을 충족해 구직급여와 출산 전후 급여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예술노동을 담아내지 못하는 사각지대와 행정적 문턱이 존재한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문화예술 용역계약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계약서가 없거나 창작 준비 기간이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특정 고용주 없이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독립 창작자의 노동은 포착하기 어렵다. 예술활동증명은 이런 예술가들을 각종 복지사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까다로운 증명 기준과 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예술인들의 복지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가들은 현재의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지원’보다 ‘검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 연출가는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예술인을 사회안전망 안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철학적 고민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기계적인 서류 평가와 형식적인 민원 처리로 다뤄지는 인상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예술활동증명의 쓰임이 본래 취지를 넘어 지나치게 확장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지자체의 문화재단 공모사업, 공공 공연장 대관 등 각종 사업에서 증명 완료 여부를 지원 자격이나 가산점으로 활용하면서, 복지 대상 확인을 위한 장치가 사실상 ‘예술인 자격증’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안전망이 가장 절실한 현장의 약자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경력이 적은 청년·신진 예술가나 비제도권 공간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활동 중단으로 생계·심리 지원이 필요한 예술가일수록 최근 실적을 서류로 입증하기 어렵다. 홍 연출가는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거나 위기에 놓인 예술가는 증명할 실적이 없어 복지에 접근하지 못한다”며 “정작 제도가 가장 필요한 사람을 품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장 예술가들은 한국의 예술인 정책이 지속 가능한 궤도에 오르려면 선별과 검열 중심의 틀을 벗어나 보편적 사회정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대안은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갱신하도록 한 예술활동증명을 등록제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현행 방식을 수정해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강검진·심리상담·긴급자금 융자 같은 기본 복지의 접근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다. 홍 연출가는 “수십 년간 쉬지 않고 연극을 한 사람이 몇 년간 작품 활동을 쉬었다고 해서 예술인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지 않나”라며 “활동 확인 절차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복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최소한의 확인과 부정수급 방지 장치는 필요하다는 데에도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기본 복지 접근권은 일단 조건 없이 열어두는 포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 안전망과 개별 지원사업 심사를 분리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복지는 예술인의 기본적 생존을 지원하는 사회보장 차원으로 다루고, 창작 지원금이나 재정 지원이 필요한 개별 사업은 각 공모 취지에 맞게 별도의 심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증명이 지자체나 기관의 지원사업 가산점 등 자격 심사 수단으로 변질되는 관행 역시 끊어내야 제도 본래의 목적을 회복할 수 있다.
단일 행정기관이 수십만 명의 활동을 일일이 서류로 판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는 분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올해 예술활동증명 신청 건수는 8만2212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6만6456건)를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연장됐던 예술활동증명의 유효기간이 잇따라 만료되면서 갱신 신청이 한꺼번에 몰린 영향이다. 재단은 급증한 신청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 담당 인력 10명에 한시적 단기 인력 8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작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예술활동의 형태가 복잡해지고 신청량까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만으로 충실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작가는 “장애인 등록 과정에서 전문 의료기관이 판단을 내리듯, 예술 현장을 잘 이해하는 민간 전문 단체나 장르별 기구에 검증과 지원 판단 권한을 분배해야 한다”며 “현장의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유연한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행정 편의주의를 걷어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활동증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커지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제도 개선을 위한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심사 기준과 운영 방식 정비를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예술인 산재보험 당연가입 전환 등 사회보험 중심의 안전망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예술계의 고질적인 소득 불안정을 보완하기 위한 중장기 대안으로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올해 연구 용역에 착수해 내년 초까지 구체적인 소득 지원 모델을 연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본소득을 포함해 예술인 소득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일랜드 등 해외 주요국의 예술인 기본소득 시범 사업 사례 등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은 제도 도입 당시의 틀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노후화된 상태”라며 “올해 처음 관련 예산을 확보해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예술활동증명 제도 자체를 정비하기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누적된 활동 정보를 활용해 처리 기간을 줄이는 것이 개편의 주요 목표다. 재단은 인력 확충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스템 고도화와 심사 기준 개선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이 장르별 창작 방식과 비정형 예술활동까지 얼마나 폭넓게 반영할 수 있을지가 향후 개편의 관건이다.
기본소득 역시 지급 규모나 방식에 앞서 ‘누구를 예술인으로 보고 포괄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 기존의 증명 방식을 답습하면 사각지대가 재현되고, 문턱을 낮추면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예술인 복지정책이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작동하려면 예술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기준 마련과 다변화된 예술 현장의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포용적 제도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 도시정책 기본 원칙 도입시내 보도 평균 그늘 비율 44.4%온열질환자 31%가 ‘길’에서 발생2028년까지 ‘생활권 그늘길’ 조성곳곳에 나무 심고 차양 등 설치
서울시가 ‘그늘보행권’을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로 보고 도시정책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 2028년부터는 일상적으로 오가는 길을 그늘로 연결한 ‘생활권 그늘길’을 서울 전역에 본격적으로 조성한다.
서울시는 그늘보행권을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그늘보행권을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나 그늘막 개수가 아니라 시민들이 걷고 기다리고 쉬는 동안 실제 그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유동인구가 많고 그늘이 부족한 생활가로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넓거나 좁은 보도, 경사로 등 여건에 맞는 그늘 조성 방식을 적용한 뒤 사업 전후 그늘 면적과 체감온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를 측정한다.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표준모델로 만들어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그늘의 중요성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보면, 2023~2025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중 256명(31.4%)이 길가에서 발생했다. 발생 비율은 실외작업장(20.7%)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폭염 대비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시내 보도 6만7029곳, 총 4031㎞를 대상으로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를 1m 단위로 분석했다. 그 결과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21분이었다. 전체 구간 중 27.6%는 6시간 이상 노출됐다.
평균 그늘 비율은 44.4%였다. 이 중 3분의 2는 건물 그늘, 나머지는 가로수 그늘 몫이었다. 정오 무렵 건물 그늘이 짧아질 때는 가로수가 부족한 그늘을 보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그늘이 필요한 곳을 찾고, 장소에 맞게 그늘을 만들고, 일상 동선을 따라 잇는 3단계 전략으로 생활권 그늘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햇빛 노출시간과 보행자 수, 보행 동선, 고령자 등 폭염 취약계층 이용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 개선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지하철역·학교·시장·병원·복지시설로 가는 길과 횡단보도·버스정류장을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에는 자연 그늘을 확보한다. 지하 시설물이나 좁은 보도 등에는 차양과 캐노피, 소규모 쉼터를 설치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보행길을 따라 그늘을 잇는다는 구상이다.
민간 사업자가 보행그늘 시설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 정도를 평가하는 ‘보행그늘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 효과를 평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늘을 일부 장소에서만 누리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민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도시의 기본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바깥을 내다보던 구멍 사이로 투척된 수류탄이 터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사방에서 포위당했다는 걸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인근 작전조에 도움을 청하는 부대원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그 손은 공포로 떨리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영화는 긴박한 군인들의 동선을 롱테이크로 담으며, 극적인 연출을 최소화한다.
<워페어>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를 연출한 알렉스 가랜드가 실제 이라크전 참전 용사인 레이 멘도사와 공동 연출·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영화는 사실적일 수밖에 없다. 극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진다. 그날 라마디에 있었던 멘도사와 전우들이 기억하는 그대로를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쟁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작전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배경음악은 젊은 대원들이 에로틱하게 찍힌 에어로빅 비디오를 보며 환호하는 첫 장면에만 등장한다. 그 이후 소리를 채우는 건 대화와 무전, 가쁜 숨소리와 총기가 달그락대는 소리다. 심하게 다친 이가 저 자신을 어찌하지 못해 지르는 비명은 듣는 사람까지 고통스럽게 한다.
멘도사는 “전쟁을 일으키는 결정권자들에게, 그 참혹한 부름에 응답하는 건 주로 미국의 청춘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전했다. 배우를 섭외할 때도 “보통 영화 속 전쟁이 당대 가장 잘나가는 50대 중년 배우를 통해 묘사되는 것과 달리 20대와 30대의 젊은 청년을 원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멘도사 역의 디파라오 운아타이, 웨인 역의 찰스 멜튼, 샘 역의 조셉 퀸 등이 출연한다. 단독 주연은 없다. 롱테이크 촬영에서 이들은 연극을 하듯, 실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던져진 듯 연기한다.
미군이 들여다보는 구형 모니터에 이라크군은 점으로 표시된다. 비디오게임 같기도 한 화면이지만, 영화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교전 중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표현 뒤 참혹한 현장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미디어 아티스트 김감구씨는 올해 초 5년 만에 ‘예술활동증명’을 갱신하면서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개인전과 기획전 등 그동안의 활동 실적을 제출했지만 증빙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된 것이다. 김 작가가 지난해 1월 인사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진행한 전시는 전시장이 정식 예술 공간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고, 결국 공공기관에서 진행한 전시 실적을 다시 제출한 뒤에야 심사를 통과했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한 차례 증빙이 반려됐던 경험이 있는 김 작가는 “대안공간이나 길거리, 카페 등 관객과 가까운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는 현대미술가들이 많다”며 “‘화이트 큐브’(전통적인 갤러리)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예술 활동일수록 제도권 안전망에 포함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극 연출가 홍예원씨는 지난해 10월 예술활동증명 갱신을 하라는 안내에 따라 참여한 공연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했지만 지난 2월 서류가 반려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증빙자료에 공연의 러닝타임 또는 관람료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전에 증명을 받은 시기(2014년부터 2020년)에는 공연 포스터나 리플릿만으로도 증빙에 문제가 없었기에 혼란스러웠다.
홍 연출가는 “정확한 일자와 장소, 주최·주관이 명시된 공연 포스터를 제출했음에도 관람료와 러닝타임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완 요청이 이뤄졌다”며 “그 사이에 관련 규정이 바뀐 것인지, 어떤 근거로 반려된 것인지 문의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문화예술계의 화두로 떠오른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이 직업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제도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운영하며 예술활동준비금과 예술인 주택, 생활안정자금 융자, 심리·법률 상담 등 여러 복지사업의 자격 요건으로 활용된다.
예술활동증명은 생활고와 지병 속에서 숨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 사건을 계기로 예술인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도입됐다. 2011년 제정돼 이듬해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예술인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확인하고 각종 복지사업과 연결하는 기초 장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신청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4%가 미승인됐고 심사에 넉 달 이상 걸리는 등 현장의 불만 사례가 터져 나오며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국내 예술인 복지는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확대됐다. 예술인복지법이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처음 법률로 명시했고, 산재보험 지원과 창작준비금, 생활안정자금 등 여러 지원 사업이 도입되며 예술인의 생존과 창작활동을 사회 안전망 안에서 보호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2020년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은 예술인을 일회성 지원 대상에서 사회보험 가입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문화예술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노무를 제공한 예술인이라면 일정 자격을 충족해 구직급여와 출산 전후 급여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예술노동을 담아내지 못하는 사각지대와 행정적 문턱이 존재한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문화예술 용역계약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계약서가 없거나 창작 준비 기간이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특정 고용주 없이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독립 창작자의 노동은 포착하기 어렵다. 예술활동증명은 이런 예술가들을 각종 복지사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까다로운 증명 기준과 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예술인들의 복지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가들은 현재의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지원’보다 ‘검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 연출가는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예술인을 사회안전망 안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철학적 고민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기계적인 서류 평가와 형식적인 민원 처리로 다뤄지는 인상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예술활동증명의 쓰임이 본래 취지를 넘어 지나치게 확장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지자체의 문화재단 공모사업, 공공 공연장 대관 등 각종 사업에서 증명 완료 여부를 지원 자격이나 가산점으로 활용하면서, 복지 대상 확인을 위한 장치가 사실상 ‘예술인 자격증’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안전망이 가장 절실한 현장의 약자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경력이 적은 청년·신진 예술가나 비제도권 공간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활동 중단으로 생계·심리 지원이 필요한 예술가일수록 최근 실적을 서류로 입증하기 어렵다. 홍 연출가는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거나 위기에 놓인 예술가는 증명할 실적이 없어 복지에 접근하지 못한다”며 “정작 제도가 가장 필요한 사람을 품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장 예술가들은 한국의 예술인 정책이 지속 가능한 궤도에 오르려면 선별과 검열 중심의 틀을 벗어나 보편적 사회정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대안은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갱신하도록 한 예술활동증명을 등록제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현행 방식을 수정해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강검진·심리상담·긴급자금 융자 같은 기본 복지의 접근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다. 홍 연출가는 “수십 년간 쉬지 않고 연극을 한 사람이 몇 년간 작품 활동을 쉬었다고 해서 예술인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지 않나”라며 “활동 확인 절차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복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최소한의 확인과 부정수급 방지 장치는 필요하다는 데에도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기본 복지 접근권은 일단 조건 없이 열어두는 포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 안전망과 개별 지원사업 심사를 분리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복지는 예술인의 기본적 생존을 지원하는 사회보장 차원으로 다루고, 창작 지원금이나 재정 지원이 필요한 개별 사업은 각 공모 취지에 맞게 별도의 심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증명이 지자체나 기관의 지원사업 가산점 등 자격 심사 수단으로 변질되는 관행 역시 끊어내야 제도 본래의 목적을 회복할 수 있다.
단일 행정기관이 수십만 명의 활동을 일일이 서류로 판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는 분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올해 예술활동증명 신청 건수는 8만2212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6만6456건)를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연장됐던 예술활동증명의 유효기간이 잇따라 만료되면서 갱신 신청이 한꺼번에 몰린 영향이다. 재단은 급증한 신청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 담당 인력 10명에 한시적 단기 인력 8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작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예술활동의 형태가 복잡해지고 신청량까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만으로 충실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작가는 “장애인 등록 과정에서 전문 의료기관이 판단을 내리듯, 예술 현장을 잘 이해하는 민간 전문 단체나 장르별 기구에 검증과 지원 판단 권한을 분배해야 한다”며 “현장의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유연한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행정 편의주의를 걷어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활동증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커지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제도 개선을 위한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심사 기준과 운영 방식 정비를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예술인 산재보험 당연가입 전환 등 사회보험 중심의 안전망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예술계의 고질적인 소득 불안정을 보완하기 위한 중장기 대안으로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올해 연구 용역에 착수해 내년 초까지 구체적인 소득 지원 모델을 연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본소득을 포함해 예술인 소득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일랜드 등 해외 주요국의 예술인 기본소득 시범 사업 사례 등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은 제도 도입 당시의 틀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노후화된 상태”라며 “올해 처음 관련 예산을 확보해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예술활동증명 제도 자체를 정비하기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누적된 활동 정보를 활용해 처리 기간을 줄이는 것이 개편의 주요 목표다. 재단은 인력 확충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스템 고도화와 심사 기준 개선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이 장르별 창작 방식과 비정형 예술활동까지 얼마나 폭넓게 반영할 수 있을지가 향후 개편의 관건이다.
기본소득 역시 지급 규모나 방식에 앞서 ‘누구를 예술인으로 보고 포괄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 기존의 증명 방식을 답습하면 사각지대가 재현되고, 문턱을 낮추면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예술인 복지정책이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작동하려면 예술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기준 마련과 다변화된 예술 현장의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포용적 제도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 도시정책 기본 원칙 도입시내 보도 평균 그늘 비율 44.4%온열질환자 31%가 ‘길’에서 발생2028년까지 ‘생활권 그늘길’ 조성곳곳에 나무 심고 차양 등 설치
서울시가 ‘그늘보행권’을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로 보고 도시정책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 2028년부터는 일상적으로 오가는 길을 그늘로 연결한 ‘생활권 그늘길’을 서울 전역에 본격적으로 조성한다.
서울시는 그늘보행권을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그늘보행권을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나 그늘막 개수가 아니라 시민들이 걷고 기다리고 쉬는 동안 실제 그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유동인구가 많고 그늘이 부족한 생활가로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넓거나 좁은 보도, 경사로 등 여건에 맞는 그늘 조성 방식을 적용한 뒤 사업 전후 그늘 면적과 체감온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를 측정한다.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표준모델로 만들어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그늘의 중요성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보면, 2023~2025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중 256명(31.4%)이 길가에서 발생했다. 발생 비율은 실외작업장(20.7%)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폭염 대비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시내 보도 6만7029곳, 총 4031㎞를 대상으로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를 1m 단위로 분석했다. 그 결과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21분이었다. 전체 구간 중 27.6%는 6시간 이상 노출됐다.
평균 그늘 비율은 44.4%였다. 이 중 3분의 2는 건물 그늘, 나머지는 가로수 그늘 몫이었다. 정오 무렵 건물 그늘이 짧아질 때는 가로수가 부족한 그늘을 보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그늘이 필요한 곳을 찾고, 장소에 맞게 그늘을 만들고, 일상 동선을 따라 잇는 3단계 전략으로 생활권 그늘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햇빛 노출시간과 보행자 수, 보행 동선, 고령자 등 폭염 취약계층 이용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 개선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지하철역·학교·시장·병원·복지시설로 가는 길과 횡단보도·버스정류장을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에는 자연 그늘을 확보한다. 지하 시설물이나 좁은 보도 등에는 차양과 캐노피, 소규모 쉼터를 설치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보행길을 따라 그늘을 잇는다는 구상이다.
민간 사업자가 보행그늘 시설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 정도를 평가하는 ‘보행그늘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 효과를 평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늘을 일부 장소에서만 누리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민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도시의 기본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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