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참상 드러낸 ‘다랑쉬굴’ 국가등록문화유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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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8-12 13:16 조회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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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던 제주 4·3의 참상은 1992년 다랑쉬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굴 안에서는 1948년 초토화작전을 피해 숨어들었다가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주민 11명의 유해와 생활유품이 발견됐다. 4·3 진상규명 운동의 기폭제가 된 이 비극의 현장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제주 4·3 다랑쉬굴 은신처와 학살터’와 ‘칠곡 장석영 가옥 만서정’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이듬해 4월3일 발생한 소요 사태와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1948년 10월17일 ‘해안선에서 5㎞ 이외에 있는 사람은 이유 여하를 불구하고 총살하겠다’는 포고령이 내려졌고, 그해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중산간 마을을 대상으로 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됐다.
다랑쉬굴에 숨어 있던 종달리와 하도리 주민들도 초토화작전 과정에서 희생됐다. 1948년 12월18일 굴을 발견한 토벌대는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를 불어넣었고, 그 안의 주민들이 질식해 숨졌다. 40여년 뒤 여성 3명과 어린이를 포함한 11명의 유해와 솥·항아리 등 생활유품이 발견되면서 증언으로 전해지던 민간인 희생의 실상이 물적 증거로 확인됐고, 4·3 진상규명 운동에도 힘이 실렸다.
국가유산청은 “당시 피난처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으며 제주 4·3사건의 생생한 역사 현장으로서 학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등록 예고된 ‘칠곡 장석영 가옥 만서정’은 파리장서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이자 유학자 장석영 선생(1851~1926)을 기억할 수 있는 역사적 장소다. 파리장서운동은 1919년 3·1운동 이후 유림들이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보내 한일 강제병합의 부당함과 독립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한 독립운동이다. 장석영 선생은 파리장서 초안을 작성한 핵심 인물로, 이후 체포돼 옥고를 치렀고 출옥 후에도 항일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 남영호(60)는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가 1994년부터 32년째 ‘앵테르미탕(공연예술 간헐적 근로자 제도)’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무용수이자, 현지 무용단 ‘코레그라피’(Corée’Graphie)을 운영하는 예술감독이다. ‘무용수’와 ‘고용주’라는 두 입장을 모두 경험한 그는 프랑스 예술인 사회보장 제도의 역할과 행정적 현실을 입체적으로 경험한 인물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남 예술감독은 “앵테르미탕은 공연예술인들이 다른 일로 이탈하지 않고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사회적 장치”라고 말했다.
“1992년 무용 연수를 위해 몽펠리에를 방문했다가 독립무용단 오디션을 보고 운 좋게 바로 채용됐어요. 불어도 아직 서툴 때였죠. 1년에 60회 이상 유럽 투어를 돌던 무용단이라 신인 예술가에게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앵테르미탕 기준(연간 507시간)을 1년 만에 채울 수 있었습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는 무용단을 운영하며 공연예술인을 고용하는 입장이 됐다. 남 감독은 프랑스에서 예술가를 정식 고용하는 데 적지 않은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우선 단체는 무용수를 채용하기 전, 시간 단위까지 세밀하게 적힌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때 프랑스 노동법과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연습과 리허설 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산정된다. 이후 프랑스 사회보험 징수 기관인 유르사프(URSSAF)에 고용 신고를 하고 소규모 단체를 위해 마련된 국가 급여 관리 공공기관을 통해 정식 월급명세서와 세금 처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주의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무용수에게 임금으로 1000유로를 지급하려면, 고용주는 사회보험료와 세금으로 900유로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 총 2000유로 가까운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구조다. 남 감독은 “부담이 크지만 예술인을 고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용수는 몸이 자산입니다. 단 일주일, 한 달을 일하더라도 정식 계약을 하고 사회보험료를 내야 다쳤을 때 산재나 의료보험 혜택을 제대로 적용받을 수 있어요. 고용주가 그 책임을 져야 무용수도 안심하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고요.”
그는 앵테르미탕을 “다른 직업 없이 공연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 예술인을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창작 자체를 직업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것이다.
남 감독은 한국 예술지원 정책도 ‘지원’에서 ‘고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예술 단체 운영의 투명화와 고용 의무화’를 꼽았다.
“공공 지원금을 받는 예술단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법인화하고, 고용주와 예술가가 함께 세금을 내며 제도를 지탱하는 고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복지를 넘어 예술인들을 보편적 사회안전망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어요.”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공공 지원 예산을 확대하되, 그 재원이 예술가들을 위한 정당한 임금과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술가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무임금과 저임금 노동을 강요 받아 온 오랜 관행을 깨는 길이기도 하다.
그는 “최소한의 생계와 고용 안전망이 마련돼야 예술가도 미래를 계획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어 최소한의 연금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감독관 스무 명이 있는 집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12년간 운용전략 및 자산배분 업무와 시장조사 등을 맡았던 배재현 프리즘투자자문 운용본무 상무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운용원칙과 관련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자산배분 재조정) 유예, 국내주식 비중 대폭 상향 조정 결정을 두고 “운용 전문가가 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 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할 시기에 국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환율, 주식, 주택 투자 등 공공 영역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며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분리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배 상무와의 일문일답.
-국민연금 독립성이 무너졌다는 ‘의심’을 받는 배경은.
“지난 10년 치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 하향 조정폭을 한순간에 되돌리려면 그만큼 긴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설명은 없었고, 회의록은 비공개로 장기간 유지된다.
목표 비중을 변경하기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4월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 전담 조직인) 기금운용본부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국민연금기금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위험 자산인 국내 주식을 한 번에 6%포인트 올린 것과 정반대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상반기 국민연금의 결정을 독립성이 침해된 결과로 보나.
“답하기 어렵지만, 운용하는 사람이라면 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성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장기 전망에 근거해 자산을 배분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급격한 조정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 자체가 기존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제로 공단은 ‘시장 영향 최소화’라는 목적을 공개적으로,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국민연금의 결정적 실책이 무엇인가.
“리밸런싱 유예가 있었고, 이후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했다. 문제는 두 사건의 조합에서 발단했다. 리밸런싱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목표 비중을 올리면, ‘공단의 매도 규모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을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때 공단이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7월 3일 ‘매도 폭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공개 선언을 했다. 주가가 상단 근처에 가도 공단의 매도 규모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세력’들에게 줬다.”
-리밸런싱이 그렇게 중요한가.
“자산 배분은 이를 지켰을 때 수익과 손실을 예상하고 결정하는 행위다. 여기서 벗어난 포트폴리오는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가 된다. 운전하는 동안 도착지를 향해 핸들을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방향을 완전히 틀고 ‘잘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예상된 비중에서 벗어나지 않게 계속 손질해야 한다.”
-리밸런싱 유예로 발생한 문제는 무엇인가.
“연금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기금이 급감하는 시기가 오면 국민연금은 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해외 자산이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내 주식은 다르다. 국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흔히 국민연금을 ‘연못 속 고래’라고 하는데,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은 고래가 아닌 붕어가 되기 위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줄여왔다.”
-대규모로 매도했다면 환율이 더 불안했을 것 같다.
“국민연금이 공공재이니 공공의 영역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 국민연금은 환율 불안을 막고, 국내 주식 바닥을 받치고, 주택 투자에 쓰는 용도가 아니다. 기금의 주인(국민)과 목적(국민 노후 보장)은 정해져 있다. 이것 말고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기금운용지침’상 6대 원칙 중 하나가 ‘공공성’이지 않나.
“공공성의 원칙은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지 말고 선을 넘지 말라는 뜻이다. 기금의 존재 목적을 전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기금의 목적은 단 하나, 연금 지급이다.”
-과거에도 외부 영향이 있었나.
“외부 영향이 끊임없이 있다. 감독관이 스무 명 있는 집이다. 어떤 부서는 직원들이 정부와 전화하는 게 일상 업무일 정도다.”
-예를 들자면.
“‘중위험 고수익’ 자산을 왜 많이 늘리지 않느냐는 의견이 오랫동안 기금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건 원한다고 살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결국 대체자산 투자 목표의 비중만 높이고 실제 수익률은 목표치에 크게 밑도는 일이 반복된다.”
-독립성 강화 방안은.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떼 외부 기구로 완전히 독립시키지 않는 한 (어떤 방안을 도입해도)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제주 4·3 다랑쉬굴 은신처와 학살터’와 ‘칠곡 장석영 가옥 만서정’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이듬해 4월3일 발생한 소요 사태와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1948년 10월17일 ‘해안선에서 5㎞ 이외에 있는 사람은 이유 여하를 불구하고 총살하겠다’는 포고령이 내려졌고, 그해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중산간 마을을 대상으로 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됐다.
다랑쉬굴에 숨어 있던 종달리와 하도리 주민들도 초토화작전 과정에서 희생됐다. 1948년 12월18일 굴을 발견한 토벌대는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를 불어넣었고, 그 안의 주민들이 질식해 숨졌다. 40여년 뒤 여성 3명과 어린이를 포함한 11명의 유해와 솥·항아리 등 생활유품이 발견되면서 증언으로 전해지던 민간인 희생의 실상이 물적 증거로 확인됐고, 4·3 진상규명 운동에도 힘이 실렸다.
국가유산청은 “당시 피난처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으며 제주 4·3사건의 생생한 역사 현장으로서 학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등록 예고된 ‘칠곡 장석영 가옥 만서정’은 파리장서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이자 유학자 장석영 선생(1851~1926)을 기억할 수 있는 역사적 장소다. 파리장서운동은 1919년 3·1운동 이후 유림들이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보내 한일 강제병합의 부당함과 독립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한 독립운동이다. 장석영 선생은 파리장서 초안을 작성한 핵심 인물로, 이후 체포돼 옥고를 치렀고 출옥 후에도 항일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 남영호(60)는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가 1994년부터 32년째 ‘앵테르미탕(공연예술 간헐적 근로자 제도)’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무용수이자, 현지 무용단 ‘코레그라피’(Corée’Graphie)을 운영하는 예술감독이다. ‘무용수’와 ‘고용주’라는 두 입장을 모두 경험한 그는 프랑스 예술인 사회보장 제도의 역할과 행정적 현실을 입체적으로 경험한 인물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남 예술감독은 “앵테르미탕은 공연예술인들이 다른 일로 이탈하지 않고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사회적 장치”라고 말했다.
“1992년 무용 연수를 위해 몽펠리에를 방문했다가 독립무용단 오디션을 보고 운 좋게 바로 채용됐어요. 불어도 아직 서툴 때였죠. 1년에 60회 이상 유럽 투어를 돌던 무용단이라 신인 예술가에게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앵테르미탕 기준(연간 507시간)을 1년 만에 채울 수 있었습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는 무용단을 운영하며 공연예술인을 고용하는 입장이 됐다. 남 감독은 프랑스에서 예술가를 정식 고용하는 데 적지 않은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우선 단체는 무용수를 채용하기 전, 시간 단위까지 세밀하게 적힌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때 프랑스 노동법과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연습과 리허설 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산정된다. 이후 프랑스 사회보험 징수 기관인 유르사프(URSSAF)에 고용 신고를 하고 소규모 단체를 위해 마련된 국가 급여 관리 공공기관을 통해 정식 월급명세서와 세금 처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주의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무용수에게 임금으로 1000유로를 지급하려면, 고용주는 사회보험료와 세금으로 900유로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 총 2000유로 가까운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구조다. 남 감독은 “부담이 크지만 예술인을 고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용수는 몸이 자산입니다. 단 일주일, 한 달을 일하더라도 정식 계약을 하고 사회보험료를 내야 다쳤을 때 산재나 의료보험 혜택을 제대로 적용받을 수 있어요. 고용주가 그 책임을 져야 무용수도 안심하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고요.”
그는 앵테르미탕을 “다른 직업 없이 공연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 예술인을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창작 자체를 직업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것이다.
남 감독은 한국 예술지원 정책도 ‘지원’에서 ‘고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예술 단체 운영의 투명화와 고용 의무화’를 꼽았다.
“공공 지원금을 받는 예술단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법인화하고, 고용주와 예술가가 함께 세금을 내며 제도를 지탱하는 고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복지를 넘어 예술인들을 보편적 사회안전망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어요.”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공공 지원 예산을 확대하되, 그 재원이 예술가들을 위한 정당한 임금과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술가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무임금과 저임금 노동을 강요 받아 온 오랜 관행을 깨는 길이기도 하다.
그는 “최소한의 생계와 고용 안전망이 마련돼야 예술가도 미래를 계획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어 최소한의 연금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감독관 스무 명이 있는 집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12년간 운용전략 및 자산배분 업무와 시장조사 등을 맡았던 배재현 프리즘투자자문 운용본무 상무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운용원칙과 관련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자산배분 재조정) 유예, 국내주식 비중 대폭 상향 조정 결정을 두고 “운용 전문가가 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 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할 시기에 국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환율, 주식, 주택 투자 등 공공 영역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며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분리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배 상무와의 일문일답.
-국민연금 독립성이 무너졌다는 ‘의심’을 받는 배경은.
“지난 10년 치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 하향 조정폭을 한순간에 되돌리려면 그만큼 긴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설명은 없었고, 회의록은 비공개로 장기간 유지된다.
목표 비중을 변경하기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4월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 전담 조직인) 기금운용본부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국민연금기금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위험 자산인 국내 주식을 한 번에 6%포인트 올린 것과 정반대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상반기 국민연금의 결정을 독립성이 침해된 결과로 보나.
“답하기 어렵지만, 운용하는 사람이라면 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성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장기 전망에 근거해 자산을 배분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급격한 조정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 자체가 기존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제로 공단은 ‘시장 영향 최소화’라는 목적을 공개적으로,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국민연금의 결정적 실책이 무엇인가.
“리밸런싱 유예가 있었고, 이후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했다. 문제는 두 사건의 조합에서 발단했다. 리밸런싱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목표 비중을 올리면, ‘공단의 매도 규모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을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때 공단이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7월 3일 ‘매도 폭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공개 선언을 했다. 주가가 상단 근처에 가도 공단의 매도 규모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세력’들에게 줬다.”
-리밸런싱이 그렇게 중요한가.
“자산 배분은 이를 지켰을 때 수익과 손실을 예상하고 결정하는 행위다. 여기서 벗어난 포트폴리오는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가 된다. 운전하는 동안 도착지를 향해 핸들을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방향을 완전히 틀고 ‘잘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예상된 비중에서 벗어나지 않게 계속 손질해야 한다.”
-리밸런싱 유예로 발생한 문제는 무엇인가.
“연금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기금이 급감하는 시기가 오면 국민연금은 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해외 자산이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내 주식은 다르다. 국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흔히 국민연금을 ‘연못 속 고래’라고 하는데,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은 고래가 아닌 붕어가 되기 위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줄여왔다.”
-대규모로 매도했다면 환율이 더 불안했을 것 같다.
“국민연금이 공공재이니 공공의 영역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 국민연금은 환율 불안을 막고, 국내 주식 바닥을 받치고, 주택 투자에 쓰는 용도가 아니다. 기금의 주인(국민)과 목적(국민 노후 보장)은 정해져 있다. 이것 말고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기금운용지침’상 6대 원칙 중 하나가 ‘공공성’이지 않나.
“공공성의 원칙은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지 말고 선을 넘지 말라는 뜻이다. 기금의 존재 목적을 전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기금의 목적은 단 하나, 연금 지급이다.”
-과거에도 외부 영향이 있었나.
“외부 영향이 끊임없이 있다. 감독관이 스무 명 있는 집이다. 어떤 부서는 직원들이 정부와 전화하는 게 일상 업무일 정도다.”
-예를 들자면.
“‘중위험 고수익’ 자산을 왜 많이 늘리지 않느냐는 의견이 오랫동안 기금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건 원한다고 살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결국 대체자산 투자 목표의 비중만 높이고 실제 수익률은 목표치에 크게 밑도는 일이 반복된다.”
-독립성 강화 방안은.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떼 외부 기구로 완전히 독립시키지 않는 한 (어떤 방안을 도입해도)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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