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BTS로 시작했지만 이젠 품질 좋아 한국 제품 삽니다”···진화하는 해외 한국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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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6-08-21 10:50 조회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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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지만, 이젠 한국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사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LA 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멕시코계 미국인 아리스(32)는 한국 화장품을 계속 구매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사는 그는 이날 CJ ENM이 주최하는 ‘KCON’(케이콘)을 관람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왔다. 올리브영의 분홍색 타포린 백을 든 그가 KCON을 찾은 것은 올해로 3년째다.
한국과 아리스의 인연은 2018년 BTS에서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관심사는 K-팝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전부 한국 화장품이고, 떡볶이와 김치찌개,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 김치는 매일 먹는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사는 한국인으로부터 화상 교습을 받는다. 내년 4월엔 첫 한국 여행도 계획 중이다. 아리스는 “BTS 팬이 되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지금은 한국 음식, 화장품, 드라마 등을 전부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아리스의 관심은 주변으로도 번지고 있다. 어머니를 삼겹살과 한국 화장품에 빠지게 했고, 친구들도 그의 적극적인 추천에 한국 음식과 한국 화장품을 접하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BTS 이후로 미국인들이 한국 화장품, 음식, 옷 등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리스가 한국 제품을 계속 쓰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팬심’ 때문이 아니다. 그는 “피부가 민감한 편인데 한국 화장품만 내 피부에 잘 맞는다”며 “지금은 한국 문화가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산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K-팝·드라마·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먹거리와 화장품 등 한국 제품에 ‘입문’하지만,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품질과 가격이 뒷받침돼야 하는 셈이다.
14~16일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에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화장품·음식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소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K-콘텐츠가 외국인이 한국 제품을 처음 접하게 하는 입구가 되고, 이후에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소비를 이어가게 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한국 스타들과 콘텐츠가 형성한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제품 선택에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15일 찾은 LA 컨벤션센터는 KCON을 즐기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10~30대 여성이 가장 많아 보였고, 백인과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브랜드 부스마다 경품과 제품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비비고·뚜레쥬르 등 먹거리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뿐 아니라 햇반, 고추장 등 한국소스, 치킨, 김치 등을 앞세워 지난해 5조원 가까운 매출을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전역에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에선 현지의 식사용 빵과 차별화되는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클라우드 케이크)와 우유크림빵, 단팥빵, 김치고로케, 꽈배기도넛 등이 인기다. 한국 야시장 분위기를 낸 먹거리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K-팝 아이돌이 관객과 만났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이 같은 공간에서 한국 화장품을 써보고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행사장 메인을 차지한 올리브영 페스타는 가운데에 실제 올리브영 매장을 구현하고, 주변은 홍대·명동·성수·강남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관광지를 테마로 꾸몄다. 미국 올리브영에 입점한 55개 브랜드가 모였다. 실제 올리브영 매장에서처럼 피부 상태를 측정해 제품을 추천하는 ‘스킨 스캔’, 퍼스널컬러를 진단하는 ‘마이 컬러 바이브’ 등 체험 코너가 특히 인기였다.
K-팝 팬으로 시작해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는 브리아나와 사바나는 한국에서 피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K-뷰티를 접하면서 내 피부 타입에 어떤 제품이 맞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K-팝 스타와 한국 콘텐츠를 통해 접한 생활 방식이 화장품을 고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이들처럼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은 특히 선크림, 클렌징폼, 마스크팩, 세럼·에센스 등 세분화된 기초화장품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서 만난 브룩은 K-뷰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로 ‘글래스 스킨’, 즉 ‘유리 같이 맑고 투명한 피부’를 꼽았다.
하지만 브룩은 이미지에 이끌려 제품을 한 번 써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한국 여행 때 올리브영에서 산 클렌저와 보습제가 다 떨어지자 미국에 올리브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다채로운 색조 화장품 위주인 현지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한국 화장품의 강점이 지속적인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하층에 마련된 ‘K-컬렉션’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지원을 받은 뷰티·식품·패션·생활용품 업종 중소기업 40곳이 부스를 차렸다. 참가업체들은 잠재적 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동시에 코트라의 도움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사업 상담도 진행한다.
화장품 브랜드 아리얼(Ariul)도 ‘K-컬렉션’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하나다. 스킨케어 제품들이 강점인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최근 수년간 연 20% 이상 성장 중이다. 정기용 아리얼 미주사업본부장은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K-뷰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며 “또한 한국 화장품이 미국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제품 소비가 확산하는 데는 여전히 걸림돌이 있다. CJ가 지난해 말 한국 문화를 하나라도 접해본 15~49세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 구매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을 물었더니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접근성 문제를 꼽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KCON 같은 행사에서 맘에 드는 한국 제품을 발견하더라도 평소 쉽게 다시 살 수 없다면 반복 구매로 이어지긴 어렵다.
아리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내가 사는 곳에는 아시아 식품점이 없다. 한국 제품을 사려면 LA까지 오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한다”며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도 한국 제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가 지자 관람객들의 발길은 LA 컨벤션센터 맞은편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향했다. 이곳에서 KCON의 메인 행사라 할 수 있는 콘서트가 3일 저녁 내내 열렸다. 공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응원봉을 든 팬들이 바닥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더니, 본공연 전부터 공연장은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낮에는 한국 화장품을 발라보고 한국 음식을 맛봤던 관람객들이 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의 무대를 즐겼다.
한국인에게는 아침 한 끼로도, 간단한 집밥으로도 친숙한 콩나물밥이 해외 음식 평가 플랫폼 이용자들에게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한국 쌀요리로 꼽혔다. 떡볶이와 인절미, 누룽지처럼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들도 뒤를 이었다.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과 지역 식재료, 음식점을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최근 ‘평점이 가장 낮은 한국 쌀요리 11선’을 공개했다. 순위는 8월 16일 기준 테이스트아틀라스 이용자 평가를 바탕으로 집계됐다. 총 1776건의 평가 가운데 시스템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1562건이 반영됐다. 1위부터 11위까지 모두 ‘맛이 없는 한국 음식’을 뽑은 것이 아니라, 테이스트아틀라스가 분류한 한국의 쌀·밥·떡 요리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평점을 받은 음식들이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음식은 2.4점을 받은 콩나물밥이었다. 콩나물과 함께 밥을 짓거나 밥 위에 콩나물을 얹어 양념장과 비벼 먹는 음식이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김치 등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콩나물 특유의 향과 아삭한 식감, 담백한 밥맛이 중심이다. 한국인에게는 고소한 참기름과 간장 양념을 더해 비벼 먹는 친숙한 음식이지만, 자극적인 맛을 기대한 이용자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콩나물의 풋풋하고 독특한 향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2위는 2.7점을 기록한 누드김밥이었다. 김을 밥 바깥이 아닌 안쪽에 넣어 흰 쌀밥이 겉으로 드러나는 김밥이다. 당근, 단무지, 달걀, 게맛살, 깻잎 등 일반적인 김밥 재료가 들어가지만 김의 고소한 향이 겉에서 바로 느껴지는 일반 김밥과는 인상이 다르다. 한국인에게는 ‘뒤집은 김밥’ 정도로 익숙하지만, 해외 이용자들에게는 김과 밥, 여러 재료가 어우러진 맛이 일반 김밥보다 다소 낯설거나 특징이 약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3위는 통영의 대표 음식인 충무김밥으로, 3.2점을 받았다. 밥과 김만 넣어 만든 작은 김밥에 매콤한 오징어무침과 석박지 등을 따로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뱃일을 하는 사람들의 도시락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구성이 단순하다. 바로 이 단순함이 낯선 입맛에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밥이라고 생각하고 한입 먹었다가 속재료가 거의 없는 밥과 김만 맛보게 되는 만큼, 한국인이 알고 있는 ‘반찬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맥락을 모르면 기대와 실제 맛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공동 3위에는 백설기도 이름을 올렸다. 역시 3.2점을 기록했다. 쌀가루에 설탕과 물, 소금을 넣어 찐 백설기는 한국에서 백일이나 돌 등 특별한 날 자주 먹는 떡이다. 폭신하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지만, 크림이나 버터를 사용한 서양식 케이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맛이 지나치게 담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디저트인데 왜 이렇게 달지 않지?’라는 문화적 차이가 작용할 수 있는 음식이다.
5위는 3.3점을 받은 인절미였다. 찹쌀을 쪄서 친 뒤 콩가루를 묻힌 떡으로,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콩가루가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전통 간식이지만, 찹쌀 특유의 강한 탄력과 끈적한 식감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낯설 수 있다. 실제로 떡류는 서양의 빵이나 케이크와 전혀 다른 식감 때문에 해외에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비교적 뚜렷한 음식 가운데 하나다. 콩가루 역시 한국인에게는 고소하지만 낯선 이용자에게는 독특한 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6위는 3.5점을 기록한 가래떡이었다. 길고 둥근 모양의 흰 떡으로, 떡국이나 떡볶이에 넣어 먹거나 그대로 구워 먹기도 한다. 다만 가래떡 자체는 맛이 강하지 않다. 쌀의 은은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핵심이다. 조리 방식이나 양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식재료인 만큼, 가래떡만 놓고 평가할 경우 ‘특별한 맛이 없다’고 느낀 이용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7위는 누룽지였다. 3.7점을 받은 누룽지는 솥 바닥에 눌어붙어 노릇하게 익은 밥으로, 한국에서는 바삭하게 먹거나 물을 부어 숭늉으로 즐긴다. 고소하면서도 구수한 탄내가 매력이지만, 이 역시 음식 문화의 차이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밥을 지은 뒤 남은 부분에서 생긴 ‘별미’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왜 밥을 일부러 태워 먹느냐’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같은 누룽지라도 바삭한 간식과 뜨거운 숭늉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즐겨야 한다는 점 역시 처음 접한 이용자에게는 낯설 수 있다.
8, 9위는 3.6점의 오곡밥(3.6점)과 같은 점수의 보리밥(3.6점)이었다. 오곡밥은 찹쌀이나 멥쌀에 조, 수수, 팥, 검은콩 등 여러 곡물과 콩을 넣어 짓는 밥으로 정월대보름에 즐기는 풍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리밥 역시 쌀과 보리를 섞거나 보리를 중심으로 지어 나물과 된장찌개, 고추장 등을 곁들여 먹는다.
두 음식 모두 한국인에게는 건강식이나 계절 음식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여러 곡물의 거친 식감과 콩·팥의 풍미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특히 흰쌀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보리의 까슬까슬한 식감이나 오곡밥에 들어간 콩과 잡곡의 서로 다른 식감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10위는 회덮밥( 3.7점)이었다. 신선한 생선회와 채소를 밥 위에 올리고 초고추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일본의 해산물 덮밥과 비슷해 보이지만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회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고, 생선과 밥, 채소에 매운 양념을 한꺼번에 비벼 먹는 방식 역시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마지막 11위는 의외로 떡볶이였다. 점수는 3.9점으로, 이번 11개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였지만 한국 쌀요리 범주에서 하위권에 포함됐다. 다만 이 순위가 ‘한국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떡볶이는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과 쫀득한 쌀떡을 조합한 대표적인 한국 길거리 음식이다. 하지만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떡의 독특한 탄력 있는 식감이 예상과 다를 수 있다. 소스는 강한데 정작 떡 자체의 맛은 담백하다는 점도 빵이나 면처럼 다른 전분 식품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편,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전 세계의 전통 음식과 지역 식재료, 정통 음식점 등을 지도와 함께 소개하는 온라인 음식 데이터 플랫폼이다. 자체적으로 1만 개가 넘는 음식과 음료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용자 평가를 토대로 국가별·지역별 음식 순위를 발표한다. 순위 집계 때는 봇이나 특정 국가·지역 음식을 조직적으로 띄우기 위한 평가를 걸러내고, 시스템이 음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안다고 판단하는 이용자의 평가에는 추가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전문 심사위원만으로 맛을 판정하는 미식 가이드와는 성격이 다르며, 기본적으로 이용자 평가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순위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LA 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멕시코계 미국인 아리스(32)는 한국 화장품을 계속 구매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사는 그는 이날 CJ ENM이 주최하는 ‘KCON’(케이콘)을 관람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왔다. 올리브영의 분홍색 타포린 백을 든 그가 KCON을 찾은 것은 올해로 3년째다.
한국과 아리스의 인연은 2018년 BTS에서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관심사는 K-팝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전부 한국 화장품이고, 떡볶이와 김치찌개,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 김치는 매일 먹는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사는 한국인으로부터 화상 교습을 받는다. 내년 4월엔 첫 한국 여행도 계획 중이다. 아리스는 “BTS 팬이 되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지금은 한국 음식, 화장품, 드라마 등을 전부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아리스의 관심은 주변으로도 번지고 있다. 어머니를 삼겹살과 한국 화장품에 빠지게 했고, 친구들도 그의 적극적인 추천에 한국 음식과 한국 화장품을 접하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BTS 이후로 미국인들이 한국 화장품, 음식, 옷 등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리스가 한국 제품을 계속 쓰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팬심’ 때문이 아니다. 그는 “피부가 민감한 편인데 한국 화장품만 내 피부에 잘 맞는다”며 “지금은 한국 문화가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산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K-팝·드라마·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먹거리와 화장품 등 한국 제품에 ‘입문’하지만,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품질과 가격이 뒷받침돼야 하는 셈이다.
14~16일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에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화장품·음식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소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K-콘텐츠가 외국인이 한국 제품을 처음 접하게 하는 입구가 되고, 이후에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소비를 이어가게 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한국 스타들과 콘텐츠가 형성한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제품 선택에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15일 찾은 LA 컨벤션센터는 KCON을 즐기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10~30대 여성이 가장 많아 보였고, 백인과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브랜드 부스마다 경품과 제품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비비고·뚜레쥬르 등 먹거리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뿐 아니라 햇반, 고추장 등 한국소스, 치킨, 김치 등을 앞세워 지난해 5조원 가까운 매출을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전역에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에선 현지의 식사용 빵과 차별화되는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클라우드 케이크)와 우유크림빵, 단팥빵, 김치고로케, 꽈배기도넛 등이 인기다. 한국 야시장 분위기를 낸 먹거리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K-팝 아이돌이 관객과 만났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이 같은 공간에서 한국 화장품을 써보고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행사장 메인을 차지한 올리브영 페스타는 가운데에 실제 올리브영 매장을 구현하고, 주변은 홍대·명동·성수·강남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관광지를 테마로 꾸몄다. 미국 올리브영에 입점한 55개 브랜드가 모였다. 실제 올리브영 매장에서처럼 피부 상태를 측정해 제품을 추천하는 ‘스킨 스캔’, 퍼스널컬러를 진단하는 ‘마이 컬러 바이브’ 등 체험 코너가 특히 인기였다.
K-팝 팬으로 시작해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는 브리아나와 사바나는 한국에서 피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K-뷰티를 접하면서 내 피부 타입에 어떤 제품이 맞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K-팝 스타와 한국 콘텐츠를 통해 접한 생활 방식이 화장품을 고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이들처럼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은 특히 선크림, 클렌징폼, 마스크팩, 세럼·에센스 등 세분화된 기초화장품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서 만난 브룩은 K-뷰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로 ‘글래스 스킨’, 즉 ‘유리 같이 맑고 투명한 피부’를 꼽았다.
하지만 브룩은 이미지에 이끌려 제품을 한 번 써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한국 여행 때 올리브영에서 산 클렌저와 보습제가 다 떨어지자 미국에 올리브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다채로운 색조 화장품 위주인 현지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한국 화장품의 강점이 지속적인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하층에 마련된 ‘K-컬렉션’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지원을 받은 뷰티·식품·패션·생활용품 업종 중소기업 40곳이 부스를 차렸다. 참가업체들은 잠재적 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동시에 코트라의 도움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사업 상담도 진행한다.
화장품 브랜드 아리얼(Ariul)도 ‘K-컬렉션’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하나다. 스킨케어 제품들이 강점인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최근 수년간 연 20% 이상 성장 중이다. 정기용 아리얼 미주사업본부장은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K-뷰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며 “또한 한국 화장품이 미국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제품 소비가 확산하는 데는 여전히 걸림돌이 있다. CJ가 지난해 말 한국 문화를 하나라도 접해본 15~49세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 구매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을 물었더니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접근성 문제를 꼽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KCON 같은 행사에서 맘에 드는 한국 제품을 발견하더라도 평소 쉽게 다시 살 수 없다면 반복 구매로 이어지긴 어렵다.
아리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내가 사는 곳에는 아시아 식품점이 없다. 한국 제품을 사려면 LA까지 오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한다”며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도 한국 제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가 지자 관람객들의 발길은 LA 컨벤션센터 맞은편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향했다. 이곳에서 KCON의 메인 행사라 할 수 있는 콘서트가 3일 저녁 내내 열렸다. 공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응원봉을 든 팬들이 바닥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더니, 본공연 전부터 공연장은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낮에는 한국 화장품을 발라보고 한국 음식을 맛봤던 관람객들이 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의 무대를 즐겼다.
한국인에게는 아침 한 끼로도, 간단한 집밥으로도 친숙한 콩나물밥이 해외 음식 평가 플랫폼 이용자들에게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한국 쌀요리로 꼽혔다. 떡볶이와 인절미, 누룽지처럼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들도 뒤를 이었다.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과 지역 식재료, 음식점을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최근 ‘평점이 가장 낮은 한국 쌀요리 11선’을 공개했다. 순위는 8월 16일 기준 테이스트아틀라스 이용자 평가를 바탕으로 집계됐다. 총 1776건의 평가 가운데 시스템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1562건이 반영됐다. 1위부터 11위까지 모두 ‘맛이 없는 한국 음식’을 뽑은 것이 아니라, 테이스트아틀라스가 분류한 한국의 쌀·밥·떡 요리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평점을 받은 음식들이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음식은 2.4점을 받은 콩나물밥이었다. 콩나물과 함께 밥을 짓거나 밥 위에 콩나물을 얹어 양념장과 비벼 먹는 음식이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김치 등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콩나물 특유의 향과 아삭한 식감, 담백한 밥맛이 중심이다. 한국인에게는 고소한 참기름과 간장 양념을 더해 비벼 먹는 친숙한 음식이지만, 자극적인 맛을 기대한 이용자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콩나물의 풋풋하고 독특한 향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2위는 2.7점을 기록한 누드김밥이었다. 김을 밥 바깥이 아닌 안쪽에 넣어 흰 쌀밥이 겉으로 드러나는 김밥이다. 당근, 단무지, 달걀, 게맛살, 깻잎 등 일반적인 김밥 재료가 들어가지만 김의 고소한 향이 겉에서 바로 느껴지는 일반 김밥과는 인상이 다르다. 한국인에게는 ‘뒤집은 김밥’ 정도로 익숙하지만, 해외 이용자들에게는 김과 밥, 여러 재료가 어우러진 맛이 일반 김밥보다 다소 낯설거나 특징이 약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3위는 통영의 대표 음식인 충무김밥으로, 3.2점을 받았다. 밥과 김만 넣어 만든 작은 김밥에 매콤한 오징어무침과 석박지 등을 따로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뱃일을 하는 사람들의 도시락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구성이 단순하다. 바로 이 단순함이 낯선 입맛에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밥이라고 생각하고 한입 먹었다가 속재료가 거의 없는 밥과 김만 맛보게 되는 만큼, 한국인이 알고 있는 ‘반찬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맥락을 모르면 기대와 실제 맛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공동 3위에는 백설기도 이름을 올렸다. 역시 3.2점을 기록했다. 쌀가루에 설탕과 물, 소금을 넣어 찐 백설기는 한국에서 백일이나 돌 등 특별한 날 자주 먹는 떡이다. 폭신하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지만, 크림이나 버터를 사용한 서양식 케이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맛이 지나치게 담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디저트인데 왜 이렇게 달지 않지?’라는 문화적 차이가 작용할 수 있는 음식이다.
5위는 3.3점을 받은 인절미였다. 찹쌀을 쪄서 친 뒤 콩가루를 묻힌 떡으로,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콩가루가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전통 간식이지만, 찹쌀 특유의 강한 탄력과 끈적한 식감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낯설 수 있다. 실제로 떡류는 서양의 빵이나 케이크와 전혀 다른 식감 때문에 해외에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비교적 뚜렷한 음식 가운데 하나다. 콩가루 역시 한국인에게는 고소하지만 낯선 이용자에게는 독특한 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6위는 3.5점을 기록한 가래떡이었다. 길고 둥근 모양의 흰 떡으로, 떡국이나 떡볶이에 넣어 먹거나 그대로 구워 먹기도 한다. 다만 가래떡 자체는 맛이 강하지 않다. 쌀의 은은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핵심이다. 조리 방식이나 양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식재료인 만큼, 가래떡만 놓고 평가할 경우 ‘특별한 맛이 없다’고 느낀 이용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7위는 누룽지였다. 3.7점을 받은 누룽지는 솥 바닥에 눌어붙어 노릇하게 익은 밥으로, 한국에서는 바삭하게 먹거나 물을 부어 숭늉으로 즐긴다. 고소하면서도 구수한 탄내가 매력이지만, 이 역시 음식 문화의 차이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밥을 지은 뒤 남은 부분에서 생긴 ‘별미’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왜 밥을 일부러 태워 먹느냐’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같은 누룽지라도 바삭한 간식과 뜨거운 숭늉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즐겨야 한다는 점 역시 처음 접한 이용자에게는 낯설 수 있다.
8, 9위는 3.6점의 오곡밥(3.6점)과 같은 점수의 보리밥(3.6점)이었다. 오곡밥은 찹쌀이나 멥쌀에 조, 수수, 팥, 검은콩 등 여러 곡물과 콩을 넣어 짓는 밥으로 정월대보름에 즐기는 풍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리밥 역시 쌀과 보리를 섞거나 보리를 중심으로 지어 나물과 된장찌개, 고추장 등을 곁들여 먹는다.
두 음식 모두 한국인에게는 건강식이나 계절 음식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여러 곡물의 거친 식감과 콩·팥의 풍미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특히 흰쌀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보리의 까슬까슬한 식감이나 오곡밥에 들어간 콩과 잡곡의 서로 다른 식감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10위는 회덮밥( 3.7점)이었다. 신선한 생선회와 채소를 밥 위에 올리고 초고추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일본의 해산물 덮밥과 비슷해 보이지만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회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고, 생선과 밥, 채소에 매운 양념을 한꺼번에 비벼 먹는 방식 역시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마지막 11위는 의외로 떡볶이였다. 점수는 3.9점으로, 이번 11개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였지만 한국 쌀요리 범주에서 하위권에 포함됐다. 다만 이 순위가 ‘한국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떡볶이는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과 쫀득한 쌀떡을 조합한 대표적인 한국 길거리 음식이다. 하지만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떡의 독특한 탄력 있는 식감이 예상과 다를 수 있다. 소스는 강한데 정작 떡 자체의 맛은 담백하다는 점도 빵이나 면처럼 다른 전분 식품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편,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전 세계의 전통 음식과 지역 식재료, 정통 음식점 등을 지도와 함께 소개하는 온라인 음식 데이터 플랫폼이다. 자체적으로 1만 개가 넘는 음식과 음료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용자 평가를 토대로 국가별·지역별 음식 순위를 발표한다. 순위 집계 때는 봇이나 특정 국가·지역 음식을 조직적으로 띄우기 위한 평가를 걸러내고, 시스템이 음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안다고 판단하는 이용자의 평가에는 추가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전문 심사위원만으로 맛을 판정하는 미식 가이드와는 성격이 다르며, 기본적으로 이용자 평가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순위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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